사진=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석열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사진= 연합뉴스  

주요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경제외교’가 전제된 윤석열 정부의 해외 순방에 대한 야권의 맹목적 비난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의 외교 기조로 인한 여러 경제적 성과들이 공식 외교 협약으로 기록에 남았음에도 ‘성과가 없는 외교’라며 이를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맹탕 외교에 지치는 국민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한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허구한 날 순방을 떠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업인들까지 대동하며 행차하는 모습이 민망하지도 않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매번 대통령의 순방에 기업인들이 동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기업들을 병풍으로 삼을 생각인가”라면서 “ASML 공장을 시찰하는데 기업인들이 꼭 필요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박 대변인은 “부산엑스포의 실패로 드러난 현 정부의 외교적 무능은 가려지지 않는다”라면서 “매번 빈손으로 돌아오는 대통령의 ‘맹탕 외교’에 국민은 지쳐간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으면 성과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성과가 없는 외교?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에 대한 타 국가들의 압도적 지지도 있었지만, 부산엑스포의 유치 실패에는 정부 외교 방법론의 실책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성과의 유무를 떠나,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잦은 해외 순방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이 문제라고 한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정당한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간 윤석열 정부가 경제 외교를 통해 거둔 수많은 공식적 성과들을 두고 ‘맹탕 외교’라고 격하하는 것에 대해 여론은 “정도가 지나치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성과가 없다”고 비난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성과는 경제적 분야로만 한정해서 살펴봐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미국과의 외교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성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반도체법이 국내 기업에 적용한 규제의 완화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후  지난 10월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국 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Validated End User)’의 목록에 등록해 그간의 강도 높은 장비 반입 규제를 유예했다. 해당 목록에 오른 기업은 미국의 규제 대상인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미국 정부가 규제를 다시 적용하기 전까지 이는 기한의 제한 없이 허용된다.

유럽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은 이번 정부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다. 지난 7월 폴란드 국빈 방문으로 인해 폴란드에 대한 국내 방산 기업들의 20조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안내를 받으면서 사우디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안내를 받으면서 사우디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동 외교의 성과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의 대자본 투자 미 현지 인프라 구축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게 됐다.  

지난 1월 UAE 국빈 방문으로는 UAE 국부펀드의 자본 300억달러(약 37조원)가 에너지, 원전, 수소, 태양광, 방산 분야 관련 한국 기업에 투자되기로 결정됐다. 아울러 국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UAE로부터 400만 배럴의 원유를 우선 공급받는 약정도 체결됐다. GS건설의 자회사 GS이니마는 UAE 수전력공사가 발주한 9200억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의 미래도시 건축 프로젝트 ‘네옴시티’의 더 라인 지역 구간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기업 아람코로부터 50억달러(약 6조4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최근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네옴시티의 디지털 트윈(Dgital Twin)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울산 S-OIL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에는 한화로 약 9조3000억원 규모 사우디의 자본 투자가 확정됐다. 

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10건의 민간 MOU가 체결됐으며, KAI(한국항공우주)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FA-50 18대를 1조2000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국가 대 국가 혹은 민간 단위의 투자와 MOU가 맺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활로가 확장된 것은 윤석열 정부 외교의 분명한 성과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인 ASML이 있는 네덜란드와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 상호 동맹 관계를 맺은 것 역시 그 의미가 크다.  

TKW
2017년 12월 중국 국빈방문에서 개별적으로 식사를 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지난 정부의 외교 '성과'

현 정부와 지난 정부의 비교에서 가장 확실한 차이가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외교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2017년 12월 중국 국빈 방문에서 국가원수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혼밥 사건’과 중국 공안과 경호원들에게 현장에 동행한 우리 기자단들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은 국민들에게 모멸감을 안긴 바 있다. 
   
그런가하면, 문 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북한과의 ‘종전선언’은 당사자인 북한으로부터 비난을 받으면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당시 북한은 공식 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은 현시점에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라고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