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 귀금속 판매점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 귀금속 판매점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출처=연합뉴스

# 30대 직장인 A 씨는 매년 연말이 되면 골드바를 산다. 2019년부터 조금씩 사 모은 골드바가 지금은 100g 가까이 된다. A 씨가 금을 사기 시작한 이후 금값은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 2019년 첫 구매 당시 1g당 6~7만원대였던 금 시세는 12일 기준 1g당 8만4026.2원이다. A 씨는 “2019년에 샀던 금이 지금 100만원 정도 올랐다”며 “매년 금 10돈(37.5g)을 구매하는 게 목표였는데 금값이 너무 많이 올라 지금은 사는 양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골드바를 모으는 이유를 “투자 목적보다는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골드바를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실현하려면 금 가격이 훨씬 많이 올라야 한다. 금 시세 차익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금 통장, 금 ETF 등의 방법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대체자산인 금값이 치솟고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집 현상까지 겹치며 금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4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트로이온스(약 31.1g)당 2151.30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4일 금 1g당 가격은 장중 8만7910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2014년 3월 24일 KRX 금 시장이 문을 연 뒤 가장 높은 가격이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KRX에서 금은 1223㎏ 거래됐다. 지난 4월 1386㎏ 거래된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금값이 치솟았던 지난 4일에는 하루 동안 약 150억원어치에 이르는 172㎏이 거래됐다.

금 선호는 세계적인 추세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지난 3일 금 1온스가 2136달러에 팔렸다. 3년 4개월 전 기록했던 2073달러를 뛰어넘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올해 1~9월 800톤(t)으로 1년 전보다 약 14% 늘었다. 올해 금 매입 1위를 차지한 중국 인민은행은 12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WGC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24%가 향후 1년 이내에 금 보유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값 상승이 상승한 이유는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에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달러 가격이 내려가면서 대체자산인 금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금값에 반영된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금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귀금속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귀금속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금값이 오르면서 금 관련 투자 상품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KRX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이 KRX금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시중 증권사에 개설한 금 현물 계좌 수는 올해 상반기 105만개를 넘어섰다. 금 현물 계좌 수는 2021년 말 88만5000개, 2022년 말 98만6000개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새로 개설된 금 현물 계좌 105만개 가운데 46%가 30대 이하 소유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금 현물 투자 방법에는 KRX 금 시장을 이용한 매매 외에도 금 실물 매매(골드바), 은행 골드뱅킹, 금 펀드 등의 방법이 있다.

KRX금시장에서 금 현물에 간접 투자할 경우 장내 거래 시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10%)가 붙지 않는다. 1g 단위로 금을 직접 사고팔 수 있어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주식처럼 시중 증권사에서 금 투자 계좌를 만든 후 해당 계좌로 KRX 금 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개인종합자산관리(ISA)로는 투자할 수 없다. 전용 계좌를 만들어야 하고 금 실물 인출 시 10%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금 현물 계좌 개설이 가능한 증권사는 KB‧NH투자‧SK‧대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유안타‧키움‧하나‧한국투자‧현대차증권 등이다.

골드바 등 금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금거래소를 포함해 한국조폐공사, 은행, 증권사, 금은방 등을 통해 실물을 직접 사고팔 수 있다. 보유세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배당소득세와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 부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골드바 구매 시 부가가치세와 수수료를 고려하면 금값이 최소 15% 이상 오르지 않을 경우 되팔아도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렵다.

시중은행의 금 통장인 골드뱅킹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고 간편하게 금에 투자할 수 있다. 은행 계좌를 만들어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에 맞춰 금을 사고 적립해 준다. 돈을 찾을 때는 출금 때 시세와 환율을 적용해 현금이나 금 현물로 받을 수 있다. 입출금이 편리하고, 0.01g의 작은 단위부터 소액 투자가 가능해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다.

금 통장은 현금으로 출금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금으로 돌려받는 경우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매수와 매도 시 기준가격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발생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시중은행 중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 금 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증시에 상장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할 경우 주식처럼 쉽게 거래가 가능하다. 기초자산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투자나 기초자산 가격 등락률의 몇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볼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 상품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절한 방법이다.

증권사 계좌만 있다면 거래할 수 있고, IRP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국내에 상장된 국제 금 시세 관련 펀드의 경우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해외에서 출시된 금 ETF에는 양도소득세 22.2%가 적용된다. 증권사에 펀드 운용 대가 수수료를 내야 하며 선물 EFT 투자 시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이 발생한다.

정상진 하나은행 도곡금융센터 PB팀장은 “시장에서는 내년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2200달러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나 전문가 의견을 감안했을 때 추가 오름폭은 5% 내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금값은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며 “앞으로도 상승할 여지가 있으나 금 투자 시 발생하는 수수료나 세금 등을 고려하면 투자 비용에 비해 오름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이 금에 투자할 때는 “수수료와 부가가치세 등의 부담이 큰 골드바 등을 사기보다는 거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 현물 신탁이나 ETF 같은 펀드 상품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