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드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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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 신경민 지음, 애드앤미디어 펴냄.

"남미로 여행을 갔다고? 그것도 스물 둘 여대생이 혼자서?"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 불현듯 든 생각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흔히 남미라고 하면 '위험한 곳' '강력범죄'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면서도 왠지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음모가 혼재되어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가 떠오르는 곳. 매력적이지만 무서운 곳.  우리가 흔히 '남미'라면 떠올릴법한 생각이다.

<스물 둘,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의 시작도 비슷하다. 다만 결은 다르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여행의 두근거림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특히 침대에 누워있던 스물 둘 청춘작가가 무작정 서점을 찾아 운명처럼 남미를 접하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는 장면은 오랫동안 사회물을 먹은 이들이 보기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현실감각이 없다.

"이렇게 남미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열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졌기에 외국에서 '썸머'로 불리던 작가가 바람처럼, 바다처럼 여행을 떠나는 순간이다.

첫 번째 나라는 페루다. 비행기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와 택시를 타고 식당에 가 해물볶음밥을 즐긴 후 유심을 구매한 다음 환전소에 들렀다가 호텔로 입실하는 과정이 빽빽하게 펼쳐진다. 도시를 구경하고 와카치나 사막에 올라 오아시스를 마음에 품기도 하고 짜릿한 샌드보딩을 즐기기도 한다. 

엎질러진 커피와 지연된 버스에 발을 동동 구르다 배터리가 폭발해 망연자실도 해보고, 거짓말처럼 뜻밖의 호의에 기뻐한 후 쿠스코를 찾아 신나는 축제도 즐긴다. 성스러운 계곡과 미스터리한 마추픽추의 비밀을 추적하는 탐정이 되었다가 백종원 대표 저리가라할 정도의 식도락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다음은 볼리비아다. 야간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별들의 도시 라파즈를 찾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촉촉한 낭만을 적신다. 안데스산에서는 투박하지만 따스한 위로를 선물받으며 '별것 아닌 것의 별것 있음'을 배우게 된다. 또 아르헨티나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좋은 공기를 힘껏 삼켜보며 정열의 탱고와 고풍스러운 유럽의 감성을 동시에 맛보고, 조심스럽게 시장을 지나 서점을 관통해 사유의 수평선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스물 둘 여대생다운 발랄한 감성으로 차곡차곡 채워졌으나 사이사이 난관에 부딪친 일, 잘 몰라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깨알같이 박혀있어 또 묘하게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공항이나 국경도시에 시작된 에세이의 특성상 시간 내용이 순서대로 진행되어 독자가 마치 실제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작가가 손수 빠짐없이 현장을 담은 사진도 많아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언제 어디서나 밝게 웃으며 맹렬하게 돌진하는 '썸머'와 함께 정신없이 탐험을 하고 온 기분이다.

현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람냄새도 곳곳에 배어있다. 마치 책이 온 힘을 다하여 '결국 남미도 우리와 같은 이웃들이 살아가는 곳'이라 말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 곳곳에 여행지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도 적혀있어 실제 남미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책이 여행 정보와 감성 에세이가 합쳐진 인포에세이를 표방하는 이유다. 

페루에서 만난 친구가 작가에게 말했다고 한다. "바람처럼 자유롭고, 바다처럼 위험해라"고.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책이다. 지금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격은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