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 유가가 급락한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 유가가 급락한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3분기 국제유가가 고점을 찍으며 호실적을 기록한 정유 업계가 4분기에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 침체 우려로 최근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 실적은 국제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유(WTI) 1월 선물 종가는 배럴당 69.3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74.05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가 모두 지난 6월27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수입 원유가격 기준인 두바이유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7일 배럴당 7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29일(74.24달러)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월에는 89.8달러까지 뛴 바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16.9달러까지 치솟았던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말 5.8달러로 내려 앉았다.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수준에 근접해졌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의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로 사용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국내 정유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다소 낮췄다. 앞서 지난 3분기 국내 정유 4사인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모두 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로부터 벗어난 바 있다.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될 정도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4분기에는 지난 3분기와 같은 수준의 호실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2조3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4%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도 44.81% 감소한 1조87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등 정유사도 올해 비슷한 규모의 실적 감소가 전망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국 내 휘발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수요 둔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일부 산유국의 추가 감산을 발표하며 2024년 1분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산유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에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가와 정제마진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변동 폭이 컸으며, 경기 침체와 전쟁 등이 원유 가격 수요에 영향을 미친 영향이 크다”며 “올 4분기의 경우 직전 분기(3분기) 보다는 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