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진료 예약 서비스 똑닥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소위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쉽고 간단하게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어느새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탄탄한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에 기반을 둔 플랫폼 비즈니스의 그림자입니다. 병원 예약이라는 영역을 디지털로 끌어와 플랫폼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논란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기의 똑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최근 겨울철을 맞아 독감이 유행,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똑닥은 병원 의료현장에서 간편한 예약 플랫폼으로 맹활약을 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편리한' 똑닥이 불러온 역효과입니다. 당장 현장예약을 한 환자들이 똑닥을 통해 예약을 한 환자들에게 순서가 밀리는 일이 벌어지자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가 아파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으나 똑닥으로 예약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려 3시간이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는 SNS 글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요. 똑닥이 월 1000원의 유료화 정책을 시작한 상태에서 '똑닥에 돈을 낸 사람만 편하게 예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비판도 나오는 중입니다.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불편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11월 똑닥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노년층 비율은 고작 3%에 불과했습니다. 효율성을 위해 설치한 키오스크가 노년층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된 것처럼, 똑닥이 노년층 환자들에게 오히려 고통을 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아과 병원 현장. 사진=연합뉴스
소아과 병원 현장. 사진=연합뉴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똑닥이 겪는 불협화음의 배경은 입체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똑닥이 활동하고 있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의사 수 부족입니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6명으로 집계되지만, 한국은 2.51명에 불과합니다. 인구 1000명당 병원에 고용된 의사수를 봐도 OECD 평균은 2.17명이지만 한국은 1.24명에 그칩니다. 지역 병원의 경우 고액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의사협회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장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여기에 겨울철 독감 시즌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겹치며 공급자가 적어지는 상태에서 수요자는 더욱 폭증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것은 똑닥을 둘러싼 환경입니다. 수요자는 폭증하는데 공급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 기술로 플랫폼 전략을 펼치는 것 자체가 논란에 취약한 구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배달앱 등 다른 디지털 전환을 전제로 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공급자가 많고 수요자가 적습니다. 이 역시 수요와 공급을 마추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논란에 휘말릴 수 밖에 없으며 최초의 논란은 공급자에서(시장 독과점 논란), 그 다음 수요자로 옮겨붙은(배달료 이슈) 패턴을 보입니다. 

똑닥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공급자가 적고 수요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는 최초의 불만은 수요자에게서 나올 수 밖게 없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곧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작업이며, 이 과정에서 어떻게든 논란은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똑닥의 불행은 수요자에게서 먼저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불특정 다수'인 수요자에게서 최초 불만이 시작되기 때문에 오히려 제한적인 공급자에게서 최초 불만이 시작되는 배달 등 일반 플랫폼과 비교해 더 큰 논란에 선다는 뜻입니다. 여론전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현재 똑닥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대한 비판이 다소 감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한발 더 들어가면?

똑닥이 활동하고 있는 영역의 특수성은, 분명 똑닥에 대한 비판을 필요이상 키우는 기폭제의 역할을 합니다. 그 자체로 디지털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똑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지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비즈니스 전반을 돌아본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특히 "똑닥이 추구하고 있는 병원 예약이 과연 디지털 전환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구사업을 디지털 전환을 매개로 삼아 새로운 시장으로 창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똑닥의 병원 예약은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이자 업 전반을 혼란속으로 빠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노약자 등이 제대로 병원 예약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똑닥 디지털 전환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배달앱은 공급자가 많은 배달시장을 디지털 전환으로 한 단계 성장시켰으며, 여전히 유선전화라는 옵션도 따로 전제합니다. 그런데 똑닥은 배달시장보다 더 중요한 병원 예약 현장에서 '사각지대가 무수히 존재하는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존재하지 말아야 할 '디지털 전환'이자 잔인한 '플랫폼 전략'입니다. 배달앱의 그림자와 똑닥의 그림자를 동일선상에 두는 것 자체가 배달앱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 기저에는 역시 공공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자 국민의 세금이 일부 들어가는 병원 의료 환경입니다. 배달앱 시장에서는 당연히 비웃음을 사야하는 공공 플랫폼이, 똑닥의 영역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리고 똑닥은 스스로가 주장한 것처럼 병원 예약 외 새로운 영역을 빠르게 개척해야 합니다. 더 이상의 디지털 혼란은 곤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