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주유소 내 스마트MFC 전경. 출처=GS칼텍스
내곡주유소 내 스마트MFC 전경. 출처=GS칼텍스

국내 정유업계가 신사업 중 하나로 주유소 유휴부지 공간 활용에 나서고 있다. 유휴부지를 활용해 연료전지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6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총 1만1029개소로 지난해 1만1144개와 비교해 115개 줄어들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기차 충전을 병행하는 주유소는 총 429개소로 전년 대비 57개소(15.3%)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인건비·임대료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국내 주요소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수소차 전환 등의 영향으로 현재 전국 1만1000여 곳인 국내 주유소가 오는 2040년 3000여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주유소 유휴부지를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주유소 부지를 활용한 도심형 물류시설(MFC) 서비스를 개시했다. GS칼텍스는 서울시, 국토교통부와 손잡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GS칼텍스 내곡주유소에 자동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 소형물류센터(MFC)를 준공한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물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스마트 MFC는 무인으로 운영되며 물품의 입고·보관·출고까지 모두 자동화로 처리된다. 하루에 처리 가능할 수 있는 물품 규모는 3600개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스마트 MFC를 통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물류 배송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사업이 도심의 물류 환경을 개선하고 배송에 소모되는 트래픽과 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도 SK그룹의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인 SK리츠와 함께 직영주유소 부지를 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 초부터는 네이버와도 손잡고 주유소를 중소상공인용 도심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더(The) 착한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착한택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들의 상품을 한꺼번에 모아 공동집하하는 서비스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미니굴착기 판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미니굴착기 판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게임 테마 주유소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HD현대오일뱅크 성복현대주유소에서 국내 첫 완전 무인 주유소 편의점을 선보였다.

해당 편의점에서는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외에도 스타트업, 중소기업 제품 등을 상시 판매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직영 주유소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비롯해 캠핑카 덤프스테이션 설치, 게임 테마 주유소 ‘파츠오일뱅크’ 오픈, 공익광고 송출 등 주유소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의 경우 정제마진 의존도가 높아 실적이 정제마진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주유소와 연계된 사업으로 다양한 변화를 줌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 정제마진 상승 영향으로 3조946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 2분기에 53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실적이 4조원 가량 개선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