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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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의 단기적 반등은 요원해 보인다. 11월 미중 정상 회담이 실망감으로 끝나고 경기지표가 다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최저 수준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의 대량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는 전날 1.01% 하락하며 연중최저치(5703.33)를 기록했다. 10월 이후 홍콩H지수가 상승세로 장을 마감한 날은 단 8일에 불과하다. 

홍콩H지수가 연일 하락하는 이유는 11월 미중 정상 회담 결과와 경기 지표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년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 시장은 무역과 기술 분야 제재 완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양국은 군사대화 재개와 펜타닐 단속에 대해서 합의했을 뿐이었다. 

여기에 3분기를 바닥으로 살아나는 줄 알았던 중국 경기가 다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됐다. 

중국은 작년말 코로나 리오프닝 선언 이후 각종 통화·재정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로 시장 예상치(4.5%)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경기 반등의 신호를 알렸다. 

그러나 11월 제조업 PMI가 49.4로 예상치(49.8)를 하회하고, 2개월 연속 기준점(50)을 하회하며 시장의 의구심을 샀다. PMI는 기업의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주문·생산, 출하정도, 재고, 고용상태 등을 묻는 설문조사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수축을 의미한다. 

비제조업 PMI도 시장 전망치인 51.1보다 낮은 50.2로 나오고, 부동상 거래량 또한 하락 추세가 지속 중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의 회복지표가 11월 들어 약화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펀더멘탈에 대한 걱정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며 “달러도 다시 소폭 강세로 돌아서면서 단기적으로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화권 증시는 벨류에이션, 수급, 투자심리 모두 코로나 펜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이러한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선 그만한 호재가 필요한데, 단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지만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가입 기간이 연장되는 구조다. 통상 만기는 3년인데, 만기 시점에 지수가 일정 구간 아래로 떨어져 있다면(knock in·녹인)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통상 ELS 상품 가입 당시 기초지수가의 60~70%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경우 이 지수가 1만2000선을 웃돌던 2021년 초에 집중적으로 팔렸기에 만기 시점인 내년 초 H지수가 7200포인트 이상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날 수 있다. 

현재 홍콩H지수는 5500선에서 거래 중이다.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선 30% 이상 상승해야 하나, 단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달에 있을 경제공작회의에서의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 발표 기대에 대해 김경환 연구원은 “12월달에 중앙 경제공작회의가 있는 건 맞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시장의 심리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앙 경제공작회의는 중국 정부가 한 해의 경제 성과를 돌이켜 보고 국내외 경기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회의다. 이 회의 내용을 통해 중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알 수 있어 그 중요성이 큰 것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