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매도 찬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근본적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는 금지”라고 못박으면서 공매도가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요즘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와 갖고 있는 주식을 파는 보통 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까.

그렇지 않다. 없는 주식을 팔면 실제 주식 수보다 많은 물량이 시장에 풀리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보유 주식 매도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매도 물량은 언젠가 되사야 하는 것인 만큼 공매도 된 물량 만큼 추가로 매수량이 생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유통 주식 수에서는 차이가 없다.

게다가 공매도는 주가 상승시에는 ‘쇼트커버링’으로 불리는 손절거래로 주가급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주가 하락’은 공매도 규제의 논리가 될 수 없다. 물론 공매도가 적법하게 이뤄질 경우의 얘기다.

‘反공매도’ 진영이 내세우는 또 다른 논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매도는 주로 외국인이나 기관이 하는데 이들은 자금력이나 정보면에서 개인보다 우월한데도 그동안 담보비율이나 상환기간에서 오히려 개인이 불리했다고 지적한다.

개인에게 불리했던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했다. 기관 혹은 외국인투자자는 개인과는 신용이나 자금력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공매도는 손실액이 투자 원금으로 한정되는 매수와 달리 주가가 급등하면 손실액이 원금의 몇배로 늘어날 수 있어 투자자의 신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선물거래에서의 ‘마진콜’과 같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들에게 아무래도 공매도 장벽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

담보비율과 상환기간에서 개인이 차별을 받은 것은 금융사들이 신용도에 따라 대출시 차등금리를 적용하는 것과 어떻게 보면 유사한 것이다.

사실 증권시장은 매수 매도를 떠나 그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처럼 시장을 움직일 자금력이 없다. 이들 ‘큰 손’들의 움직임에 편승해 적당히 먹고 나오는 게 대부분 개미들의 투자행태다. 모든 투자자에게 평등하고 공평한, 그런 증권시장은 이 세상에 없다고 봐도 된다. 이게 싫으면 주식투자를 안하면 된다. 

물론 무차입 불법 공매도가 그동안 성행했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이런 관행을 개선하고 적발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지금 시중에서 나도는 공매도 관련 공론이나 정부의 공매도 규제조치가 꼭 올바른 방향인지는 짚어볼 필요도 있다.

불법 공매도가 있었다고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마치 주가를 급등시킨 주가조작 사건이 적발됐다고 신용 및 미수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매수와 매도는 투자자의 선택일 뿐인데, 매도를 더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의 과도한 공매도 규제에 대한 글을 쓰면 거의 언제나 “이거 돈 받고 쓴 글이지?” 라는 댓글이 달린다. 아마도 공매도를 싫어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비롯,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섰으니 작업을 서둘러 정상적인 공매도가 이뤄지는 시장으로 가급적 빨리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당초 공매도 전면금지에 부정적이었던 금융위원장과 연초까지만 해도 전 종목 공매도 허용을 주장했던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현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나 해명은 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