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에 밀린 대형마트들이 리뉴얼로 재기를 노린다. 할인은 기본이고 그로서리(식품), 델리(조제식품), 테넌트(입점업체) 등의 체험형 공간을 강조한 리뉴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리뉴얼 매장을 선보이며 매출 회복 발판을 쌓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들이 2000년대 초반 구가했던 전성기 회복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로서리+테넌트+특화존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영통점 리뉴얼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한 고객들의 쇼핑 모습. 사진=홈플러스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영통점 리뉴얼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한 고객들의 쇼핑 모습.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영통점을 리뉴얼해 선보였다. 신선식품과 델리에 특히 신경을 썼다. 먼저 유로피안 베이커리 2.0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몽블랑제’ 베이커리 코너를 입구에 배치해 고객의 후각을 자극한다. 당당치킨으로 유명한 델리코너는 로스트치킨 카테고리를 포함해 테이크아웃으로 즐기기 좋은 롤도시락이나 모둠초밥, 즉석두부, 떡 등을 강화했다. 이외에 ▲스테이크 하우스(육우) ▲싱싱회관(회) ▲프레쉬 캘린더(과일‧채소) ▲위스키 라이브러리 등도 리뉴얼로 선보이는 코너다.

실제 홈플러스의 리뉴얼 효과는 상당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2월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간석점으로 리뉴얼 매장을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는 14곳, 2023년 현재까지 9곳의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리뉴얼 2년차 점포들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5% 신장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홈플러스측은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신선식품 중심의 매장으로 전환해, 고객들이 다시 오프라인 마트를 찾게 하며 마트업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굳히고 있다고 자평했다.

경쟁사 이마트도 지난달 23일 리뉴얼을 마치고 하월곡점을 재오픈했다. 하월곡점 역시 프리미엄 품종을 확대한 그로서리와 고객 체험형 공간으로 테넌트를 강화했다. 고객 체험을 충족하기 위해 이마트는 이마트 직영매장을 2300평 규모에서 770평으로 3분의 1가량으로 줄였다. 직영점을 축소한 공간은 그대로 테넌트에 내줬다. 800평에서 1570평으로 770평 확대해 니토리‧다이소‧풋마트 등 신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마트 하월곡점 소재, 니토리 한국 1호점 매장 입구. 사진=이마트
이마트 하월곡점 소재, 니토리 한국 1호점 매장 입구. 사진=이마트

이마트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반영 효과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리뉴얼을 시작해 올해 3분기까지 누계로 총 12개 점포 리뉴얼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2‧3분기 전체 고객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5.5%, 5.8% 증가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식품과 생활용품 중심의 대형마트에서 벗어나 전자제품‧장난감‧패션 등 상품 구색을 강화해 접근성 높은 복합쇼핑몰을 구성해 고객 편의를 높인다는 계획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판단이다.

롯데마트는 점포별 특성에 맞춰 ‘제타플렉스’로 리뉴얼을 단행했다. 먼저 잠실점은 1층 매장의 3분의 2를 와인전문매장인 ‘보틀벙커’로 채웠다. 서울역점은 외국인 고객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에 착안해 외국인 고객 특화존을 꾸몄다. 외국인 구매 빈도가 높은 인기 품목을 모아,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리뉴얼 효과는 방문 고객수와 매출액 증가로 확인됐다. 서울역점은 지난 9월 14일 재단장 오픈 이후 10월 20일까지 37일 동안 고객수와 매출액이 각각 40%,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한달간 매출액도 전년 보다 50% 증가해 리뉴얼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은평점의 매장 90%가량을 식료품으로 편성한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콘셉트로 리뉴얼해 연내 오픈할 계획이다.

할인만으론 ‘부족’…매출 정체 위기의식 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외국인 특화 매장 전경.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외국인 특화 매장 전경. 사진=롯데마트

리뉴얼은 마트의 생존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0년 10조6000억원에서 2016년 4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얼핏보면 꾸준히 성장한 것 같지만 신장률 차이는 크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매해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매출액이 30조원을 넘긴 이후 상승세가 꺾이며 2016년이 되어서야 40조원을 넘어섰다. 온라인에 유통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채널의 매출 규모 변경 시점은 2014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2014년 매출액 추이는 ▲대형마트가 38조5000억→39조1000억→39조원 ▲온라인이 32조→38조4000억원→45조300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3년간 대형마트는 34조~35조원대 매출액에서 맴돌았다. 이 가운데 온라인 매출액 규모는 2015년 54조원, 2020년 157조3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에 대형마트는 마트만의 장점을 살려 리뉴얼에 나섰다. 대형마트 3사가 공통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그로서리와 동선이라는 점만 봐도 업계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모두 이커머스와의 쇼핑 차별점을 결정짓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는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하는 추세이나 아무래도 직접 보고 결정할 수 있는 대형마트쪽의 경쟁력이 높다. 동선 개선 또한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이커머스가 검색을 통해 필요한 상품으로의 빠른 접근이 가능하다면, 대형마트는 전체를 조망하고 하나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환경에서 살아남은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 편의점 정도 밖에 없다”며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고객 편의를 앞세워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리뉴얼로 전성기를 되돌릴 수 있을 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