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폴란드 그디니아항구에 K2전차와 K9자주포 초도물량이 도착한 가운데 엄동환 방위사업청장(가운데)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오른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폴란드 그디니아항구에 K2전차와 K9자주포 초도물량이 도착한 가운데 엄동환 방위사업청장(가운데)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오른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K-방산(防産)의 진격이 거침없다. 아시아를 거쳐 중동, 유럽을 넘어 북미시장까지 수출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1위’ 반도체 부문의 최근 수출 부진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13~2017년에 비해 2018~2022년 방산수출 규모가 75% 이상 급성장했다. 세계 상위 25개 무기 수출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2022년 기준 세계 9위의 무기 판매국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2000년 31위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해온 방산 부문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한국 방위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은 2027년까지 세계 4위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 20억~30억 달러 수준이었던 방산 수출액은 2021년 약 73억 달러, 2022년엔 173억 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가 됐다는 평가도 들린다. 수출시장이 중동,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지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탄약이나 노후 함정 위주에서 자주포, 전차, 전투기 등으로 수출 무기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한국항공우주(KAI)의 FA-50 경공격기에 대한 약 25조~40조원 규모의 수출 기본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KAI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와 경공격기 FA-50M 수출 계약도 체결했고 KF-21 전투기, 국산 헬기 수리온 등에 대한 수출도 다각도로 타진 중이다. 록히드마틴과 협업해 미 해군의 고등·전술 입문기 및 공군 전술 훈련기 사업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로부터 약 5조원 규모의 보병전투장갑차계약을 따냈다. 힌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넥스원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형 패트리어트 ‘천궁-Ⅱ’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무기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독일 자주포와 비슷한 성능의 한국 자주포는 1문당 가격이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K-9이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70%를 점유하고 있는 비결이다. 비슷한 성능의 전차 가격도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또 다른 장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공급 능력이다.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계약한 무기 1차분인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8문을 4개월 만에 납품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유럽 방산업체들에서 견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가격과 납품 능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사업물량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기반 상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내수를 기반으로 한 방산의 수출산업화 전략을 마련,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