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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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이커머스 11번가 매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SK스퀘어의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 포기로 인한 강제매각 수순으로 몸값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해외 거대자본과 손을 잡을 경우 쿠팡을 위협하는 이커머스업계 ‘메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SK스퀘어가 이사회를 열고 재무적투자자(FI) 나인홀딩스(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운용사 H&Q코리아) 투자 지분 18.18%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하며 11번가가 강제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이는 2018년 SK스퀘어와 FI의 계약에 따른 것이다. SK스퀘어는 5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하며 5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할 경우 FI에 두가지를 약속했다. 하나는 이자를 포함해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콜옵션 행사시 SK스퀘어가 지불할 비용을 5500억원 규모로 예측했다.

두번째 약속은 강도가 세다.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할 경우 11번가 지분(80.3%)을 포함해, 나인홀딩스가 한번에 제3자에 매각 가능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행사를 가능하게 한 부분이다. 물론 나인홀딩스가 IPO 시기를 미뤄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매각가다. 최근 SK스퀘어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큐텐과 11번가 매각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매각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매각가를 1조원 상당으로 제시한 반면 큐텐 측은 그 이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번가 장부가는 1조494억원이다.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던 부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반토막이 난 셈이다. SK스퀘어 입장에서는 1조원의 가치는 지키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일홀딩스는 사정이 다르다. 5500억원만 확보하면 손해는 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1번가 매각가가 55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반값에 11번가를 노려볼 수 있어 더 적극적인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IB업계에 따르면 큐텐, 알리바바, 아마존 등과 매각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거대자본 진출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특히 국내에서 이커머스 ‘알리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경쟁사 핀둬둬(PDD홀딩스)의 이커머스 ‘테무’ 약진으로 해외 진출확대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핀둬둬는 해외 40여개국에 진출한 테무 실적 향상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전년동기 보다 매출액은 94%, 순이익은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알리바바도 국내 사업에 연일 힘을 쏟고 있다. 인지도 높은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기용한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에 물류창고를 준비하며 적극 투자에 나섰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다. 중국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로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부분도 국내 진출 강화에 나선 이유다.

플랫폼 운영 측면에서는 아마존이 유리하다. 여러번 국내 진출을 타진했던 아마존은 독자진출을 포기하고 2021년 11번가 플랫폼 내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우회진출을 결정지은 바 있다.

만약 아마존에 11번가가 매각된다면  고객 정보 이동이 필요치 않아 플랫폼 연동이 손쉬울 전망이다. 플랫폼 간 고객 교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아마존의 국내 진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마존 또한 저가정책으로 인해 소송전에 휘말리며 미국 내부에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여기에 물류사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유통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인구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간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매각가가 5500억원 수준이라면 가격 매력도가 있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