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교양 365> 김정수 지음. 캐피털북스 펴냄.

코스피, 나스닥, 환율 변동, 유가 폭등. 뉴스를 보면 자주 보이는 말들이다. 어려워서 안 읽는 사람이 있거나,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무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장 내 월급에는 큰 영향이 없으니 뉴스에 나오는 금융 이슈들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세계 금융 이슈는 모두 맞물려 움직인다. 우리가 사는 집값도, 먹고 입기 위해 사는 물건의 가격도 모두 세계 금융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이제 금융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다. 금융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이다.

그런데 금융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방대한 관련 지식의 양부터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에 금융법전략연구소를 설립해 자본시장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김정수 저자는 하루 5분씩 1페이지만 읽으면 금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수 저자의 ‘금융의 교양 365’는 금융을 금융의 역사, 시장, 상품, 투자, 사건·스캔들·에피소드·제도, 글로벌 경제, 인물·명저·영화 등 총 7개 주제로 구분해 각 주제를 1주일 간격으로 돌아가면서 만나도록 구성했다. 그렇다면 김정수 저자가 알려주는 1일 1금융의 세계는 어떨까.

월스트리트는 거리 이름이 아니다

“지난 2년간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온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5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월스트리트(월가)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 2023년 11월 28일자 기사 ‘美 내년 5월 금리 내린다 전망에 들뜬 월가’

지난 28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의 한 부분이다. 금융 용어에서 월스트리트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길거리가 도대체 왜 기대를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위쪽으로는 브로드웨이에서 아래쪽으로는 이스트리버(East River)를 만나는 곳까지 나 있는 거리를 말한다. 일상에서는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거리가 맞다.

하지만 금융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월스트리트’는 거리(street)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리고 방송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월스트리트는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미국 증권시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김정수 저자는 “월스트리트는 말 그대로 ‘벽이 설치된 거리’에서 왔다”며 “당시 그 지역을 지배했던 네덜란드인들이 영국군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용으로 기다랗게 벽을 설치했던 것이 거리 이름의 기원”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월스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고향이다. 또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를 비롯해 다수의 상품거래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거리의 의미를 넘어 미국의 금융시장 전체를 통칭해 부르는 용어가 돼버렸다. 미국 금융의 상징이 된 셈이다.

저자는 금융 지도를 그리는 첫날인 1월 1일, 월스트리트의 역사로 시작했다.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를 이해해야 하고, 가장 기초부터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배려심이 돋보인다.

코스닥과 나스닥은 DNA가 같을까?

금융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지 131일째 되는 5월 11일. 저자는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독자에게 던진다. ‘코스닥(KOSDAQ)과 나스닥(NASDAQ)은 형제일까?’

코스닥과 나스닥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면 대답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코스닥과 나스닥을 가만히 지켜보면 이름이 비슷하다. 일부는 유사한 이름 때문에 둘 사이에 큰 연관이 있을 거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스닥과 나스닥은 전혀 다른 DNA를 가진다. 코스닥은 나스닥의 이름만 흉내 냈을 뿐 거래 내용에서는 전혀 관계가 없다. 

저자에 따르면 ‘나스닥’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컴퓨터 스크린에 비상장주식들의 매도/매수호가를 게시하도록 해줌으로써 어느 딜러가 어떤 주식을 얼마에 사고팔고자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준 호가중개시스템의 출범이 그 기원이다. 즉, 나스닥을 통해서는 사고파는 정보만 파악할 수 있다. 실제 해당 조건으로 거래를 원할 경우, 특정 호가를 제출한 딜러에게 전화해 둘 사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코스닥’은 투자자가 증권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제출하면 가격우선 및 시간우선원칙에 의해 거래조건이 맞으면 직접 시장에서 체결이 이뤄진다. 호가중심형시장인 나스닥과는 다르게 코스닥은 주문중심형시장인 것이다.

131번째 주제 선정에서 저자의 친절함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내심 궁금했지만, 코스닥과 나스닥의 개념도 익히기 버거운 금융 초심자를 위해 1페이지로 정리해준다. 1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이지만, 그 내용은 여러 페이지 못지않게 깊고 단단하다.

금융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자

모든 학문에서 개념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어렵고 복잡한 전문 용어가 많은 금융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금융은 개인이나 기업, 한 국가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했다”면서 “하지만 금융의 역사에서는 수많은 버블의 탄생과 붕괴, 위기, 사기, 조작 등이 넘쳐났기에 금융의 긍정적 기여와 약탈적 행동 양면 모두를 이해하고, 금융의 약탈적 행동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금융을 처음 배우는 사람,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사람, 금융위기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잉태되고 성장하고 폭발하는지, 그리고 금융이라는 거대한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저자가 인도하는 방향으로만 매일 1페이지씩 따라가면 금융의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거대한 지식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금융 아마추어에서 한국의 월가 여의도에서 증권맨들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