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번가
사진=11번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11번가가 강제매각 기로에 섰다. 이사회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 재무적투자자(FI)들에 보장했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강제매각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를 자회사로 둔 SK스퀘어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 프리IPO(상장 전 주식투자)로 투자 유치한 5000억원 상당(지분가치 18.18%)에 대해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콜옵션 만기일은 내달 4일이다.

이번 콜옵션 협상은 11번가에 중요하다. 콜옵션은 만기일이나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를 행사하면 SK스퀘어는 이자포함 5500억원 상당을 FI측에 넘겨줘야 한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유한 11번가 지분 80.3%를 처분해야 한다. 지분 처리에 대한 권한은 컨소시엄 측이 갖게 된다. 기한내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다.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 장부가는 1조494억원이다.

따라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가치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업계 절대강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2018년 당시 11번가(기업가치 2조7500억원 상당)와 같은 기업 가치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매각이 중단된 큐텐과도 매각가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의 자금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올해 9월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조3159억원 상당 보유하고 있다. 반면 3분기 실적이 저하된 부분은 우려지점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 586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는 매출액 5270억원, 영업손실 5607억원을 기록할 만큼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한편 11번가는 최근 희망퇴직까지 진행하며 회생의지를 다지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은 지난 27일 시작해 오는 12월 8일까지 진행된다. 신청자 대상으로 프로그램 지원 대상이 확정되면 12월 말에 퇴직 프로그램이 운영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