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운영하는 '2030 부산엑스포' 홍보 버스 2대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LG
LG가 운영하는 '2030 부산엑스포' 홍보 버스 2대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LG

2030 엑스포 최종 개최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3개 도시가 마지막까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종 투표가 있을 프랑스 파리 현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국들은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 반, 한국시각으로 오후 9시 반부터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 기호 1번 부산을 시작으로 각 20분씩 총 1시간 동안 최종 발표를 이어나간다. 현재 각국의 최종 프레젠테이션 연사와 내용, 전략 등은 베일에 싸인 상태다. 우리나라에선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하게 언급된다.

프레젠테이션 이후엔 50분 정도의 휴식시간 후 현지시각 오후 4시, 한국시각 자정 이후부터 최종 투표가 시작된다. 투표는 1차와 2차로 나뉘며, 1차 투표에서 3분의 2이상 득표한 국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곧바로 2차 투표로 넘어간다. 국제박람회기구는 현장에 설치한 미디어룸과 공식 SNS를 통해 결과를 즉각 발표할 예정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국가 중 50여 나라가 본국 외교장관을 직접 파견해 투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뒤집기 ‘한 수’ 본다

현재까지의 구도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가장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최근 아프리카·카리브해·아랍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경제협력 등 광범위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엑스포 지지를 끌어냈다. 중국까지 사우디를 지지하고 나선 만큼, 사우디와 중국의 영향력이 큰 나라들의 표심이 사우디로 향하리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2차 투표다. 당초 기권하리라 여겨지던 이탈리아가 끝까지 유치전을 완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차 투표에서 최종 개최지가 결정되지 않으리란 희망이 커졌다. 이탈리아가 기권하고 경선이 된다면 1차 투표의 과반 득표자가 최종 개최지가 되기 때문에 낙선 위험이 컸으나, 2차 투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막판 뒤집기’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간 부산시는 회원국들이 1차 투표에서는 사우디를 지지하더라도 2차 투표에서 부산을 지지해 달라는 교섭 활동을 벌여왔다.

대한민국은 유력 경쟁자인 사우디가 인권 문제, 후티 반군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보고 있다.

제계·정부·부산시민 손 잡고 ‘유치 총력전’

한편 파리 현지에서는 우리 정부와 재계인사, 부산시민들이 유치 홍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27일 오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리허설 일정을 마치고 나오며 “오늘도 ‘전투’가 계속 벌어진다. 전투하러 가겠다”며 마지막까지 유치 의지를 드러냈다. 현장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함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부산 엑스포 홍보를 위한 대형 래핑 버스를 오페라 가르니에 근처 중심가를 순회시키며 현지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한쪽 벽면엔 갤럭시 제트 플립5와 부산엑스포를 함께 홍보하는 삼성전자의 대형 광고도 자리를 채웠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27일 파리에서의 유치전을 마치고 귀국하며 “다들 열심히 하시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그간 글로벌 인맥을 총동원해 부산을 홍보해왔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순방 동행차 영국으로 출국해 주요 관계자를 대상으로 부산 지지를 당부하고, 파리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 주최 BIE 대표 교섭 오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며 재차 부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다른 기업의 총수들도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유치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민과 현지 교민들도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는 27일 오전부터 파리 에펠탑 근처 라모트피케 그르넬 지하철역 맞은편 도로에서 출근길 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에 나섰다. 출근길 파리 시민을 상대로 1시간 동안 홍보물을 배포하며 한국과 부산에 대해 알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프랑스에 도착한 후로 투표 전까지 BIE 회원국 대표들과 오찬 세미나, 리셉션 면담 등을 갖고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한 총리는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유치전인만큼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뛰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드리고 싶다고 대표단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