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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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역대급 물량의 회사채가 만기로 돌아오는 가운데,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사는 부동산 관련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만기 도래할 회사채 규모는 올해 대비 11조원 증가한 7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급격한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2년 이내 짧은 만기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4년 회사채 만기 물량에 대한 차환 목적으로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자 비용 상승이다. 2022년 발행 당시보다 내년 발행될 채권의 금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계 기업 부실 우려가 제기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상장기업 고금리 부채의 현항과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미상환 회사채 중 2022~2023년에 발행된 투자등급(신용등급 BBB- 이상) 채권의 표면금리는 4.07%이고, 투기등급(BBB- 미만)은 5.68%이다. 

한국의 시중 금리는 작년 2분기부터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 급격히 올랐다. 이에 따라 11월 24일 기준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의 금리는 4.443%로, BBB-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은 10.872%로 뛰어올랐다. 

AA- 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의 경우 상승폭이 낮으나, BBB- 등급 이하의 회사채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비우량 기업의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고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건설업에서 경고음이 더욱 크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이번달에 발간한 ‘건설 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외감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율은 2020년 15.8%에서 2022년 18.7%로 높아졌다.  

외감기업이란 외부감사법에 의해 자산이나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 돼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는 기업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으로, 좀비기업이라고도 불린다. 

기업 규모별 한계기업 비중을 보면 건설 외감기업 중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대기업은 2020년 46개에서 2022년 54개로 비교적 완만하게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2020년 259개에서 2022년 333개로 2년 만에 28.6% 증가했다. 

건설업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 기준으로 4.1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전체 외감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5.1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건설업종의 채무상환 능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기조 속에서 건설사들이 부채를 급격히 늘렸는데,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 외감기업의 부채비율은 2020년 129%에서 2022년 144.6%로 늘어났다. 

김태준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으며 건설원가 역시 높은 상태로 2023년의 건설업의 부실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건설경기의 반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24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고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은 다시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11월 1,2째주 보합세를 이어가다 3째주에 0.02%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이 떨어진 건 31주 만이다. 인근 서초구는 2째주 0.02% 상승에서 3째주 0%로 상승세가 멈췄다. 전국 아파트 변동률은 같은 기간 0%를 기록했는데, 올해 집값 반등을 이끌었던 강남권의 둔화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더욱 큰 문제는 외감기업의 경우 상장기업과 회계처리 방식이 달라 그 위험성이 축소돼 보이는 것”이라며 “외감기업은 K-IRFS가 아닌 K-GAAP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식한다. 그렇기에 부채비율이 실제보다 축소돼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올해 교환사채(EB)·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3년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1분기 1조921억원, 2분기 1조8981억원, 3분기 2조6334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때문에 통상 일반 회사채에 비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발행 금리가 많이 오른 비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외감기업은 상장기업보다 회계 보고 기간이 늦어 내년 하반기는 돼야 재무상태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터질 수 있는 상당수의 기업 상태를 내년 3분기는 돼야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의도 증권가. 출처=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출처=연합뉴스

내년 증권사, DCM 부문 기대&리스크 관리 주안

신종자본증권 발향량이 급속도로 늘자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증권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올 상반기 신종자본증권 전략 자금모집액은 약 3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6억원에 비해 4.5배 증가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신한투자증권에서 200억원을 출자해 신종자본증권 투자를 위한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고금리 기조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70조원 이상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면서 증권사들은 타인자본시장(DCM) 부문의 성과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DCM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며, 정영균 신임 IB그룹장을 선임한 하나증권 역시 내년도 정통 IB 부문을 강화하면서 DCM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건설사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 관련 사업 노출도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는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체투자부문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대체투자관련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관련 대체투자 심사 부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IB2사업부에서 진행해 온 부동산 사업은 기존 2개 부문 7개 본부로 구성됐었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IB2부문 내 4개 본부로 개편됐다. 

반면 대체투자 관련 심사부서가 포함된 리스크관리부문은 독립 부문으로 나오며 힘이 실렸다. 리스크관리부문은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경영혁신실에 편입됐는데, 1년만에 다시 독립 부문이 됐다.

올해까지 리스크관리부문대표 자격으로 CRO(최고리스크책임자)를 맡아온 이영준 상무가 하위조직인 대체투자심사 본부장으로 이동한다. 이 상무가 맡던 리스크관리부문대표에는 채권부문대표를 맡았던 이두복 부사장이 부임한다. CRO의 직급이 부사장으로 돌아간 만큼 대체투자심사를 포함한 리스크 관리 분야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장원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지주에서 CRO를 엮임했던 장 내정자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향후 더욱 엄격하게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CRO 출신의 장원재 내정자가 대표 자리로 옮으로써 리스크 관리에 더 중점을 둘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