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글로벌 증시의 반등세가 4주째 이어졌다. 다만, 상승 탄력은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300선 붕괴를 코앞에 두던 지난달 말 이후 반등에 성공한 후 4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해 24일 2496.63에 장을 마감했다.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2469.85보다 26.78포인트(1.08%) 상승했다. 한달 기준으론 2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24일 코스닥은 17일 종가 대비 15.94포인트(1.99%) 오른 815포인트로 마감했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계속 안정세를 되찾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또한 이달 1~20일 수출 지표가 전년 대비 2.2% 증가한 가운데 특히 반도체 수출이 2.4%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 

업종별 호재도 이어졌다. 이달 17일 로봇 관련 규제를 완화한 '지능형 로봇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에스피지 등 로봇주의 급등세를 이끌었다.

다만 23일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해 2500선을 내줬다. 주가 흐름도 둔화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낮춰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말 저점 이후 전개되는 상승과정에서 단기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단기 매물소화, 과열해소가 필요한 것일 뿐 상승추세가 꺾이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투자자들에게는 또 한 번의 매수기회라고 판단한다"며 "이보전진을 위해서는 일보후퇴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 대신증권.
자료 = 대신증권.

지수 상승 속도가 둔화된 이유에 대해 일단, 최근 급반등세의 주된 동력이었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를 내년 5월과 6월경 시작할 가능성이 각각 65%, 89%에 달했다가 최근 각각 47%, 70%로 내려갔다.

이 연구원은 "연준은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5월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내년 100bp 금리인하 기대를 해왔던 상황이었다"며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금리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당분간 금리인하 컨센서스 변화에 따른 등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중기, 단기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는 저점권 도달했다는 점도 지수 상승세가 둔화된 이유로 들었다.

중기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Citi Macro Risk Index)씨는 0.1을 하회하고 있고, 단기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도 0.2를 하회하고 있다. 이에 리스크온(Risk On: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중의 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것) 시그널이 정점권에 있음을 시사한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 또한 12.46%로 202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추가적인 변동성 하락 가능성보다 변동성 지표 반등 가능성(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지수의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지표들의 고점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상승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뜻하지만, 이동평균선들의 정배열이 강화됨에 따라 상승추세는 견고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염두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주 대비 1.3%가량 올랐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1%, 0.9% 상승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4주 연속 올라 지난 6월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도 4주 연속 올라 4월 이후 가장 오래 상승했다.

24일(미 동부시간) 기준으로는 다우지수는 전거래일(22일) 대비 117.12포인트(0.33%) 상승한 35,390.15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72포인트(0.06%) 오른 4,559.34로, 나스닥지수는 15.00포인트(0.11%) 하락한 14,250.85로 장을 마감했다.

23일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휴장했으며 이날은 오후 1시에 마감했다. 이날은 연휴 뒤 금요일 거래인 데다 거래 시간도 짧아 거래량은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 투자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분위기와 관련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 국채 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세일 중인 미국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의 한 매장.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세일 중인 미국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의 한 매장. 사진 = 연합뉴스.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주 증시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는 미국 연말 쇼핑시즌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구두 개입 가능성 등을 꼽았다.

다음주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11월 잠정 수출입 데이터 발표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에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아울러 금요일인 12월 1일에는 한국의 11월 잠정 수출 데이터가 발표된다. 업종별 성적표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한 주 동안 조선주, 엔터주, 로봇주, 풍력주, 전력주 등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특별한 주가 상승 동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낙폭이 과했다는 인식에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뚜렷한 주도주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증권가 일각에선 반도체, 자동차, 건강관리 등이 당분간 증시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에스디에스 등은 실적 전환 가능성이 높아 주간 추천 종목으로 선정했다"며 "이외에도 인공지능과 헬스케어 업종에서 리노공업, 이수페타시스, 두산테스나, 클래시스, 덴티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의 예상 범위를 2450~257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수출 증가율은 10월 대비로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수출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주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과 한국 11월 수출 발표가 예정돼 있어, 한국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펀더멘털 개선 흐름을 재확인하는 이벤트로 판단된다"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12월 들어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축소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 하락이 위험 자산 선호로 연결되고 있는데 금리가 지속적으로 더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한편 다음주 예정된 주요 이벤트는 ▲미국 9월 S&P·CS 주택가격지수(28일·한국시간) ▲미국 11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29일) ▲유로존 11월 유럽위원회 소비자신뢰지수(29일) ▲미국 3분기 GDP(29일) ▲미국 연준 베이지북(30일) ▲한국 10월 산업활동 동향(30일) ▲한국은행 금통위(30일) ▲중국 11월 국가통계국 PMI(30일) ▲유로존 11월소비자물가(30일) ▲미국 10월 PCE 물가(30일) ▲한국 11월 수출입 동향(12월 1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