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편의점이 변하고 있다. 담배를 비롯해 과자나 음료수, 간단히 끼니를 때울 도시락 등을 사던 곳이 이제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다양한 신선식품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형화 되는 공간으로 재미를 주는가 하면 환전을 하고 택배를 부치는 등 편리한 생활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편의점의 모습을 짚어본다.

사람들이 편의점에 가는 이유가 다양해졌다. 도시락이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박이나 토마토‧HMR(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등 마트에서나 팔 법한 식품을 떠올리고 편의점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축의금이나 부모님께 드릴 명절 용돈을 준비하러 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점포마다 ATM…금융특화 매장도 늘어

고객이 GS25에서 ATM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GS25
고객이 GS25에서 ATM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GS25

최근 편의점에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ATM(현금자동인출기)이다. 고객 생활에 편리함을 주며 구매 효과를 늘릴 수 있으리란 계산이 깔려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온라인 은행업무가 늘어나며 추진하는 ATM 확대에 편의점이 딱맞는 협업 대상으로 물망에 올랐다.

ATM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GS25이다. ATM기는 통상 편의점 점포당 1대가 놓인다. GS25의 ATM 설치 점포수는 올해 9월 기준 1만3261점으로 동기간 4대 은행 ATM 수(1만6215대)와 불과 18.2%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회사는 내년까지 ATM 설치 점포수를 1만4000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7년부터 시행중인 거래수수료 0원 서비스도 확대 중이다. GS25는 ATM을 통한 현금인출 거래 시 현재 11개 은행 및 증권사에서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제휴처는 은행 9곳(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뱅크, 카카오뱅크, SC제일은행, 광주은행, 저축은행중앙회, 토스뱅크)과 증권사 2곳(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도서산간 지방에서는 금융특화 매장(GS25고한주공, GS25영대청운로)을 운영 중이다.

CU도 고객의 생활 편익을 높이기 위해 ATM 도입을 강화했다. 편의점이 단순 생필품을 구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역할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기준 약 9200여개 점포에 ATM기가 도입됐다. 수수료 0원 제휴 금융사는 총 7곳(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대구은행, 경남은행, 삼성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이다.

이마트24가 지난해 5월말 KB국민은행과 함께 선보인 금융 전문 편의점 1호점 내부 구조.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가 지난해 5월말 KB국민은행과 함께 선보인 금융 전문 편의점 1호점 내부 구조. 사진=이마트24

세븐일레븐은 금융특화 점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월21일 현재 ATM기 설치 현황은 9200대이다. 동기간 금융특화 편의점 수는 3개점포로 ▲DGB 대구은행과 2개점 ▲BNK경남은행과 2개점 등을 운영 중이다. 금융특화편의점 제공 서비스는 ▲화상 연결을 통해 금융 업무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키오스크 ▲ATM을 통한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카드형OTP 등의 발급 ▲각종 신고 업무 처리 ▲화상상담 업무를 제외한 24시간 금융서비스 제공 등이다.

금융특화 점포 확대는 이마트24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5월말 KB국민은행과 함께 금융 전문 편의점 1호점을 오픈했다. 해당 점포는 20여평의 편의점과 10여평의 KB디지털뱅크가 연결돼 장보기와 금융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게 했다.

이 매장에서는 STM(스마트텔러머신‧Smart Teller Machine)을 통한 ▲통장발행 ▲현금 및 수표 입출금 ▲체크카드 및 보안매체(보안카드, 카드형OTP) 발급 등이 가능하다. STM 운영시간은 9시부터 19시(공휴일 및 주말은 18시)로 휴일에도 이용 가능하다. KB화상상담전용창구에서는 ▲입출금 통장개설 ▲적금‧예금 신규개설 ▲인터넷 뱅킹 신규‧해지 ▲신용대출 등 대면채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운영시간은 평일 9시부터 17시까지다.

편의점 금융업무 도입과 관련해 GS25 관계자는 “은행권의 지속적인 지점 축소 등으로 고객들이 금융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보다 편리하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ATM 이용을 위한 GS25 방문을 통해 상품 추가 구매 등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계란‧두부 등 신선식품 할인

CU가 1~2인가구를 겨냥해 선보인 새우소금구이. 사진=CU
CU가 1~2인가구를 겨냥해 선보인 새우소금구이. 사진=CU

편의점의 마트 역할도 늘고 있다. 마트 강화의 선두주자는 CU다. CU의 식재료 매출신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2021년 21.4% ▲2022년 19.1% 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1월 1일~11월 12일)도 25.4% 성장했다. 연령별 매출 비중은 20대, 30대 비중이 각각 32.8%, 30.9%로 전체의 63.7%를 차지했다. CU는 1~2인 가구가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쓔퍼세일’ 기간 동안 장보기 상품 매출이 일제히 증가했다. 동기간 행사 상품들을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전월 대비 매출이 ▲식재료 192.2% ▲냉동 HMR 82.8% ▲대용량 음료 53.5% 등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CU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냉동 HMR, 샐러드 등 식품 종류도 늘리고 있다.

‘가성비 점심’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GS25는 대형마트 수준 가격에 도전한다. 명절마다 신선식품 할인전을 선보인다. 실제 GS25가 올해 추석 선보인 ▲투뿔한우등심팩800g ▲투뿔한우모듬팩800g ▲소LA갈비세트2.3㎏ 등 축산 선물세트 매출액은 전년 추석 기간 대비 172.9% 신장했다. 언급된 주요 상품 3개는 나란히 매출 1~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GS25는 신선식품이 무거운 점을 이용해 배송에도 신경 썼다. GS리테일 앱 ‘우리동네GS’를 통한 사전예약을 통해 원하는 점포에서 수령 가능하다. 가까운 GS25를 방문해 주문하면 택배를 통해 희망하는 장소로 배송도 가능하다.

지난 7월 세븐일레븐 한 매장 앞에 시민들이 계란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지난 7월 세븐일레븐 한 매장 앞에 시민들이 계란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계란런‧생수런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7월 서울 잠실 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는 500ml 생수를 100원(100만개 한정)에 판매해 행사 기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생수런’이 있었다. 동월 서울 삼전레이크점에서는 달걀 10개를 1690원에 판매해 ‘에그런’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는 세븐일레븐이 지난 6월 선보인 실속형 장보기 PB(자체) 브랜드 ‘굿민’의 효과다. 세븐일레븐은 ‘계두콩삼(달걀‧두부‧콩나물‧삼겹살)’에 이어 9월에는 저가 흰우유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화장지, 마스크 등 생활용품으로 상품 구색을 다각화 하고 있다.

이마트24도 지난 4월 초저가 장보기 행사로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이마트24는 ▲으뜸신선란 1판, 6000원 ▲풀무원 두부 1모, 1400~1500원 ▲야구맥주 6캔, 9900원 ▲이달의 와인 3종, 1병당 9900원 등 마트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식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마트24는 대용량 세탁세제, 샴푸, 바디워시, 24개들이 롤티슈 등 생활용품을 포함한 46종의 상품을 1+1 또는 업계 최저가를 목표로 초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