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악당’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해 큰 일입니다. 저희 오너와 대표이사들도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 시작했고요. 주변 조언해 주시는 분들이 일단 납작 엎드려서 살려주십시오 해야 겨우 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게 맞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물론 정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회사를 공격하는 측에서는 해당 회사가 납작 엎드려 제발 살려달라고 한다면 더 이상 극단적 압력까지는 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권에서까지 그러한 공격 방향을 잡았다는 것은 공격 측에 확실한 공격 명분이나 의지가 이미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요.

공격받는 회사가 그에 대응하며 그들의 명분에 충분히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그들의 공격의지는 감소될 수 있습니다. 공격측의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여 질 환경을 기업이 나서서 조성해 주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들의 공격 명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름대로의 법적 또는 합리적 논리로 대응하면서 공격측과 다투려 한다면, 오히려 그들의 공격의지는 더욱 자극될 것입니다. 그들은 최소한의 정치적 목적이라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일부 무리한 추가 공격까지도 서슴지 않겠지요.

결론적으로 보면 사회적, 정치적 강한 압력이 회사에 가해질 때에는 ‘살려주십시오’하는 대응과 메시지가 전략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전반의 관점에서 보면, 왜 회사가 그렇게 강력해진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는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그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사전에 또는 미연에 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못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사회적, 정치적 압력이 어느 하나의 사건이나 쟁점 때문에 갑작스럽게 형성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압도적 압력이 단박에 형성되었더라도, 그 압력 형성의 이유는 비교적 장시간 동안 해당 회사의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 누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당 기업에서 현재 위기관리를 리드하는 의사결정자라면, 왜 이전 여러 문제들이 있었을 때 정확하게 해당 이슈나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왜 그런 실수와 실패들이 누적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왜 당시에는 각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않거나 못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그때그때 대응의 의사결정에 기반이 된 기준이나 철학, 또는 원칙은 무엇이었는지를 궁금해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 사회적,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된 기업은 이상과 같은 위기관리 관점의 돌아봄보다, 단순하게 현재 상황에 대한 원인을 직관적으로 정의해 버리곤 합니다. 정권에 우리가 탄압받고 있다. 정치권에 미운 털이 박혀서 그런다. OOO의원이 우리를 죽이려 해서다. 특정 정치 성향 단체가 우리를 해하려 한다 등과 같은 발전적이지 않은 처방을 내려버리는 것이지요.

그런 단순 처방만 마구 내려지면, 현재 같은 곤란은 앞으로도 반복되고,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살려주십시오’라는 유사한 대응만 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일부 사업을 정치적으로 포기해야 할 경우도 계속 생길 것입니다. 여러 의사결정자도 개인적으로 책임을 추궁당하겠지요. 그런 반복 속에서 계속 피해자로 자사를 포지셔닝 하는 것이 과연 발전적인 위기관리일까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