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파두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도석 한국IR협의회 상무,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이부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 이지효 (주)파두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파두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도석 한국IR협의회 상무,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이부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 이지효 (주)파두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상장 직후 ‘제로’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해당 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상장할 수 있도록, IPO(기업공개) 기준을 낮춰 주는 제도다. 회사의 보유 기술이 유망할 경우,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어도 상장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기술평가기관 3곳 중 2곳으로부터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은 회사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올해 8월 7일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한 파두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SK하이닉스와 협업해 메타(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기업용 데이터 저장장치(SSD) 컨트롤러를 공급해오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금융당국에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파두는 당시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1202억으로 제시하고, 올해 1분기까지의 실적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1년까지 매출액이 거의 없었던 파두는 돌연 2022년 연간 매출액 564억원을 기록, 2023년 1분기 177억원을 기록했다. 

일년 사이 매출액이 11배 이상 느는 등 빠른 성장세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파두는 지난 8월 기업가치 1조5000억원으로 상장하며 반도체 설계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등극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2만6000원~3만1000원)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파두 손익계산서 캡쳐.
사진=파두 손익계산서 캡쳐.

그러나 상장이 마무리되자마자 공개된 파두의 이후 매출은 ‘제로’ 수준이었다. 올해 2분기 파두의 매출액은 5900만원, 3분기 매출액은 3억2000만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98% 감소한 수준이다.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도 180억원으로, 목표치 1202억원을 한참 하회한다.

투자자들은 파두가 지난 7월~8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동안 2분기(4~6월) 매출과 3분기(7~9월)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점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적 발표 이후 약 1조6893억원에 달했던 파두의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862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주가 역시 실적 발표가 이뤄진 8일 이후 9일 29.97%, 10일 21.93% 급락세를 이어갔다.

14일에도 코스닥 시장에서 파두는 전 거래일 대비 6.99% 하락한 1만77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3만1000원 대비 42.87% 떨어진 가격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파두가 무리한 IPO를 위해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은 일반 상장 제도와 달리, 해당 기업의 미래 예상 매출이 거래소의 심사 요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앞서 파두의 상장 심사를 진행했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심사 당시 파두의 매출 부문에 허점이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제도의 취지상 예상매출에 대해 거래소에서 상장 심사 대상으로 두고 있지 않다. 기술이 뛰어난 적자 기업이 펀딩 이후 3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지속 가능할지만을 평가한다”며 “상장폐지 조건에 대해서도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IPO 이후 일정 기간 매출이 나오지 않아도 불이익을 면제해준다. 상장 이후 해당 기업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파두 쇼크’의 주요 원인으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허점을 꼽았다. 일부 관계자들은 파두의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자체가 지금 당장 매출이나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기술이 있으면 절차를 간소화해 상장을 시켜주자는 취지”라며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회사에게도 상장을 해주니 파두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기업은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실적이 잘 나오지 않는 회사를 상장시켜주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물론 시점마다 기업의 매출 변동성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번 파두의 사례는 실적 괴리가 많이 큰 편”이라며 “IPO 단계의 모든 주관사가 그렇듯 NH투자증권과 한투증권도 발행사와의 신뢰를 위해 올해 6월까지 실사를 진행했을 텐데 회사가 매출 공백을 숨긴다고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투자자 보호 제고를 위해 해당 제도가 보완돼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NH투자증권과 파두는 모두 “매출의 공백을 상장 시점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며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출처=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출처=연합뉴스

사실 기술특례상장사에 대한 불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28곳 중 상장 시점에 제시한 영업이익을 충족한 곳은 4곳에 그쳤다. 그마저 4곳 중에서도 3개사는 이전 상장과 합병 등으로 실적 목표치를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목표치를 달성한 기업은 1곳에 불과한 것이다.

일부 주식투자 카페에는 “요즘은 국내 기술특례상장 업체들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안전한 곳이 하나도 없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상장시키는 거래소나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증권가나 모두 한통속”이라는 글이 다수 게재돼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지난 7월 ‘기술특례 상장제도 개선을 위한 14개 과제’를 통해 상장예비기업의 기술평가를 기존 2곳에서 1곳에서만 받아도 되도록 추진하는 등 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수월해지는 조건에 올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코스닥 기술성장기업(기술평가특례+성장성특례)은 총 32곳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도가 개선됐음에도 상장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견제장치는 미비하다는 점이다. 인수 주식 보호예수 기간을 2개월 연장하고, 2년 이내 기술특례상장사가 상장폐지될 경우 주관 증권사에 향후 특례 상장 시 6개월의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과하는 등 주관사의 책임만 강화됐을 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제도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부분은 시장에서 다 이뤄지며, 저희가 관여하는 영역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