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2021년 10월에, 본 칼럼에 기고한 ‘플랫폼 게임’이라는 칼럼에는, 대한민국 국민 메신저 기업이자,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가득했다. 어쩌면 카카오 관계자가 필자의 칼럼을 읽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 과연 카카오는 필자의 바램 대로 달라졌을까?

2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의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일단 대통령이 나서는 상황까지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라면서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 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를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 부당 가맹계약과 기술 탈취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고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서비스업감시과, 가맹거래조사팀 등 여러 부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일단 윤 대통령이 언급한 카카오모빌리티 부분만 보면 다음과 같은 쟁점이 있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차단’ 행위와 부당 가맹 계약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우티·타다 등 경쟁사 가맹 택시에 승객 콜을 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며 지난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 택시를 서비스에서 배제한 것은 공정거래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공정위는 올해 초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지난 2월 자사 가맹 택시가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콜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공정위 심결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화물 운송 중개 스타트업 ‘화물맨’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주요 기능을 도용했다며 지난달 공정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미국의 컨설턴트 폴 캐롤은 지난 25년 간 일어난 최악의 경영사례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는 미국 증시에서 상장 거래되고 있는 기업이 경험한 2천5백여 건의 실패 사례를 토대로 무엇이 이 기업들을 ‘파멸’로 초래했는지 분석했다. 그는 실패한 기업들의 총 3가지 패턴을 도출했는데 최근 붉어지고 있는 카카오의 사례에 대입시키게 되면 매우 유사한 점이 도출되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첫번째로 실패한 기업에게는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환상이 있다. 인수합병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기업사냥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에 대한 무리한 인수를 추진했고 또다른 엔터기업인 하이브와의 인수전에서 카카오가 주도적으로 SM주가의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는 지난 10년 간, 무모한 몸집 불리기로 성장해 왔는데, 9년 전 ‘다음’과 합병할 때만 해도 26개에 불과했던 계열사 수는 지난 8월 총 144개로 늘었다. 그간 카카오는 문어발식 경영으로 비판을 받아왔는데, 지난해 4월 당시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계열사 30~40곳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 계열사 수는 약속 당시(138개)보다 되레 8개 늘어난 상황이다.

두번째로, 실패한 기업들은 숫자를 속여 흑자를 낸 것처럼 위장한다는 것이다. 분식회계와 같은 비윤리적인 회계 관행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3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 조사를 받고 있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고 이 중 제휴 명목으로 16% 내외를 다시 돌려줘 최종 수수료는 5% 이내로 파악된다. 즉 금감원은 운임의 3~4%만을 매출로 보는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 전체를 매출로 분류해 온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세번째로, 실패한 기업은 큰 변화를 거부하고 모양만 그럴싸한 인접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있어서 혁신은 필수적인 요소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야 할 테크기업이 골목 상권이나 소상공인과 중첩되는 영역에만 진출한다고 하면 얼마나 소비자나 일반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카카오는 아직 AI 분야의 성과가 없는데,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카카오는 ‘내수용 마케팅 회사’로 인식되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지난 8월,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큐:(Cue:)’ 등 관련 서비스들을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MS가 AI, 메타가 가상세계를 신사업으로 보고 플랫폼을 강화하는 가운데 카카오는 뚜렷한 신사업 비전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60년대 초, 당시 IBM의 CEO였던 톰 왓슨 주니어는 1천만 달러를 날린 한 임원을 사무실에 불러서 그 임원에게 왜 불렀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 임원은 “해고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에 왓슨은 “해고라니요? 말도 안돼, 내가 당신을 가르치려고 1천만 달러를 썼는데 왜 당신을 해고하겠소? 나는 당신이 이번 일로 확실한 교훈을 얻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번 일로 실제로 ‘1천만 달러의 교훈’을 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추락하는 기업에게는 반드시 날개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하늘 높이 비상(飛上)하는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