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제한속도가 풀린 건국대 AutoKU-R 팀 차량이 빠른 속도로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기자 
자율주행 제한속도가 풀린 건국대 AutoKU-R 팀 차량이 빠른 속도로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기자 

레이싱하면 서킷 위를 달리는 차, 그리고 운전대를 잡은 선수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 레이싱은 뭔가 다르다. 서킷 위에는 가지각색의 차량 3대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운전석은 텅 비어있다. 이번 대회는 바로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주행 레이싱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없지만 보통의 레이싱처럼 치열한 장면도 펼쳐진다. 1위로 앞서고 있는 건국대학교 차량이 한 바퀴 뒤쳐지고 있는 인하대학교 차량과 만나며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것. 건국대 차량 주행이 저지당하며 2위인 카이스트 차량이 따라잡는 듯 싶었으나 인하대 차량이 경로를 이탈하며 결국 건국대 차량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말았다.

현대차그룹은 10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세계 최초 양산차 기반의 자율주행 레이싱인 ‘2023 자율주행 챌린지 대회’를 개최했다.  총 9개 대학 16개 팀이 지원한 가운데, 건국대 ‘AutoKU-R’, 인하대 ‘AIM’, 카이스트 ‘EureCar-R’ 팀만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모든 참가 차량은 서킷에 오르기 전 자율주행 기본 성능을 점검하는 별도 절차를 거쳤다. 장애물 회피 및 주차 위치 준수 시나리오 등을 완벽하게 수행한 차량만이 최종 참가 자격을 부여받았다. 

자율주행 챌린지 1위를 차지한 건국대 AutoKU-R 팀이 시상대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기자
자율주행 챌린지 1위를 차지한 건국대 AutoKU-R 팀이 시상대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기자

재밌는 순간들이 연출되긴 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큰 이변 없이 이번 자율주행 레이싱 우승은 예선 1위를 차지한 건국대 AutoKU-R 팀에게 돌아갔다. 건국대는 완벽에 가까운 안전한 주행으로 ‘27분25초409’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2위는 카이스트의 EureCar-R 팀이 차지했다. 인하대 AIM 팀은 경로를 이탈하며 경기를 완주하지 못했다. 

레이싱에서 운전자는 단 한순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차는 사전에 코딩해 놓은 알고리즘에 따라 핸들을 조절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1위로 들어온 건국대 차량이 정해진 공간에 주차까지 마무리하는 순간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각 차량은 아이오닉 5의 최고 속도인 시속 180km 이상까지 달릴 수 있으나 네 번째 랩까지는 속도 제한(시속 100km 이하)이 있어 이를 준수해야 했다. 설정된 제한속도를 초과하거나 추월, 주차 규정을 위반한 차량은 총 주행시간에 페널티를 받는다.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페널티를 받지 않고 서킷 주행을 완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본선 진출 팀에게 각각 아이오닉5 1대와 연구비 최대 5000만원을 지급했다. 차량은 자율주행시스템 구동을 위한 개조 작업을 거쳐 각 팀에 제공했다. 참가팀들은 각자 연구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라이다·레이더·카메라 등 센서류를 최적의 위치에 설치해 자율주행차를 제작하고, 3차례의 연습 주행을 통해 고속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을 고도화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건국대 AutoKU-R 팀에게는 상금 1억원과 미국 견학의 기회가 주어진다. 2등인 카이스트 EureCar-R 팀에게는 상금 3000만원과 싱가포르 견학의 기회가, 3등 인하대 AIM 팀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제공된다. 수상팀 전원은 추후 현대자동차 서류 전형 면제 특전이 제공될 예정이다.

건국대학교 AutoKU-R 팀 석지원 학생은 “시나리오를 계속 돌리는 과정에서 실제로 사고가 나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잡으면서 본선에서 큰 사고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며 “인하대 차량과 마주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안정적으로 추월할 지 걱정했고, 첫 추월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안정적으로 추월을 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 사장은 “현직에 있는 직원들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닌 학생들이 오늘처럼 완벽한 프로그램을 짰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우리의 자율주행 시대가 머지 않았고, 현대차그룹에서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미래의 대학생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