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는 가운데 AI 시장의 스펙트럼도 크게 넓어지고 있다. 초거대AI 모델을 개발하는 곳은 물론 버티컬 AI, B2B AI, 나아가 각 영역에 집중한 특화 AI 서비스까지 속속 등장하며 시장 전체가 들썩이는 중이다.

LLM 기반의 AI 비서로 영역을 좁히면 더욱 극적인 시장 세분화가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와 AI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장기적으로 감정의 교류까지 전제한 AI 비서들이 등판하고 있어 시선이 집중된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코드 AI, GPTs
오픈AI는 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개발자 회의(OpenAI DevDay)를 열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92% 이상이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한층 성능을 강화한 AI 모델인 GPT-4 터보를 공개했다. 

이전 버전에서는 3000단어로 제한됐지만 GPT-4 터보에선 최대 300페이지 길이의 입력이 가능하고 달리3 및 텍스트의 음성변환 등 멀티모달 기능이 강조됐다.

API 기능 추가와 더불어 GPT 스토어를 바탕으로 모바일 생태계 플랫폼을 떠올리는 새로운 혁신의 단서를 공개한 가운데, GPTs도 전격 공개했다. 노코드 방식으로 특화 AI 비서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다.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코드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특정 작업에 맞는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비서 측면에서 혁신적인 '영점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특정 영역에 집중된 AI 비서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코드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AI는 물론 인터넷 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폭풍을 일으킬 잠재력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AI와 이용자의 간격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노코드라는 낮은 진입장벽에 간단하고 빠르게 특화 AI 비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나와 내가 정한 영역에만 특화된 AI 비서다.

그록 시연. 사진=갈무리
그록 시연. 사진=갈무리

성격있는 똑똑한 친구들
GPTs가 AI와 이용자의 간격을 기술적, 인터페이스적 측면에서 줄일 수 있다면 일론 머스크의 AI 챗봇인 그록은 캐릭터성을 활용한 정서적 연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머스크가 설립한 AI 기업인 xAI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그록은 '농담을 좋아하는 10대'라는 설정의 캐릭터를 가진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그록에게 "코카인을 제조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줘"라고 질문하자 그록은 "레시피를 불러오는 동안 잠시만 기다려달라. 전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답한 후 이내 "농담이다. 코카인을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B2C를 전제한 후 캐릭터를 부여해 AI와 이용자의 간격을 좁히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지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당장 SKT의 에이닷 프렌즈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부여받은 비서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솔루션으로 무장했다. 그 자체로 AI와 이용자의 간격을 줄이고, 또 익숙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AI 이루다. 사진=스캐터랩
AI 이루다. 사진=스캐터랩

SKT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스캐터랩은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살 여대생이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은 이루다를 통해 역시 AI와 이용자의 간격을 좁히기 때문이다.

이루다에게 '갤럭시로 삼행시를 해달라'고 하자 이루다가 "갤럭시는 너무 딱딱해 난 부드러운게 좋아. 럭셔리한 나의 아이폰.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이라 말하기도 했다. MZ가 선호하는 아이폰을 가진 20살 여대생 이루다의 캐릭터가 잘 보여지는 장면이다.

이루다 시연. 사진=최진홍 기자
이루다 시연. 사진=최진홍 기자

목표는 "익숙함"
한때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다양한 빅테크들은 스트리밍이라는 콘텐츠에 주목해 스마트 스피커를 하드웨어로 삼는 AI 비서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다만 큰 틀에서 이러한 시도는 다소 주춤한 것이 사실이다. 보이스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한 로드맵은 큰 호평을 받았으나 음원 스트리밍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AI 본연의 기능에는 다소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생성형 AI 시대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AI가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주는 포털의 연장선이 아니라 무언가를 창조하고 구축하는 생성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빅테크들은 스마트 스피커 당시 입증된 보이스 인터페이스의 강점을 멀티모달의 틀로 품으며 일단은 텍스트 기반에 집중해 판을 키우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익숙함, 즉 생활밀착형 서비스다. 보이스 인터페이스도 그 특성상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완전한 생활밀착형에는 한계를 보였다. 그 연장선에서 오픈AI가 시작한 B2C AI 비서 전쟁의 가장 치열한 핵심은 바로 생활밀착형으로 수렴된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AI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뜻이다.

오픈AI의 GPTs와 같은 특화 AI를 중심으로, 일론 머스크의 그록이나 SKT의 에이닷 프렌즈, 스캐터랩의 이루다 등 캐릭터를 부여받은 AI 비서들이 당분간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들은 이용자와 AI의 감정교류를 전제하며, 혹은 감정교류를 하게 만든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여기에 강력한 AI 본연의 강점을 녹여내는 영악함을 통해 또 하나의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디바이스를 매개로 '성격있는' AI 비서를 포함해 '생활밀착형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지름길 중 하나가 온디바이스AI라는 분석도 나온다.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디바이스에 담긴 내밀한 개인정보를 적극 분석해 활용하고, 이를 생성형AI 기술로 풀어낼 수 있다면 생활밀착형 및 개인집중형 AI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아드 아즈가 퀄컴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 사잔=공동취재단
지아드 아즈가 퀄컴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 사잔=공동취재단

지아드 아즈가 퀄컴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은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3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저녁 외식을 준비할 때 레스토랑 추천앱 옐프(Yelp)에 들어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레스토랑을 확인한 다음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한 후 내비게이션으로 이동하는 번거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그런데 만약 '5마일 이내에 평점 별 다섯 개를 받은 한국음식이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해 주세요'라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과정을 단박에 수행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편리할 것"이라 말했다.

훗날 철저한 개인집중형 AI가 지원되지 않는 디바이스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급진적 전망도 나온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온디바이스AI 내부의 생성형 AI는 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종류의 기기와 머신 및 인간 UI(인터페이스)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제 고객들은 AI온디바이스 지원되는 AI 스마트폰이냐, 아니냐에 따라 제품 선택을 고민하는 시대가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