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승선원 구조에 실패한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박근혜 정부 해경 지휘부 10명이 지난 11월 2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 참사 발생 9년 만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2월 검찰 특별수사단의 세월호 전면 재수사로 기소됐는데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유족들에게 이루 말 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줬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 전체에도 엄청난 충격을 던져줬고 안전에 대해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철저한 사고 원인 분석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세월호 사고를 둘러싼 각종 조사와 수사에 ‘정치’가 적잖이 개입됐다는 점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9년 동안 검경 합동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조위 조사, 특검 수사 등 총 9차례의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여객선 불법 증축과 화물 과적 등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고, 사고가 알려졌을 때는 이미 ‘골든 타임’이 지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가 잠수함 등 외부 물체와 부딪혀 생긴 충격 등에 의해 침몰했다는 ‘외력설’이나 ‘고의 침몰설’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 조사 결과를 수긍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17년 3월부터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선조위) 위원장을 역임한 김창준 변호사는 2018년 8월 종합보고서를 낼 때 ‘외인설’을 배척하고 세월호 자체의 복원력 부족을 지적한 '내인설'을 지지했다가 일부 정치세력으로부터 “우리편이 아니었다”는 공격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 추천 몫으로 선조위에 참여했지만 “사고는 있는 그대로 과학과 기술로 처리하면 된다”는 신념대로 일했다가 비난 대상이 된 것이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참사가 터지면 과학에 따라 객관적 조사로 재발 방지 대책을 찾아야지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철저한 사고조사보다 비난하고 처벌할 대상부터 색출하려 드는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분위기도 문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대형 참사가 터지면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먼저 따지고 벌주는 데 치중하다 보니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이 누명을 벗는데 무려 9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은 어떻게든 희생양을 찾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무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데는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행적에 대한 온갖 루머와 억측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대형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는 이태원 참사에서도 없었다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같은 공작은 이루말 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또 다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짓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과학에 기반한 철저한 사고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대통령이나 여당, 혹은 관련 장관에게 정치적 혹은 사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올해 지진으로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터키 등 국가도 마찬가지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한국에서 유사한 재난이 발생했으면 어땠을까. 정치권은 입닫고 가만히 있었을까.

세월호 판결을 계기로 비극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천인공노’할 시도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