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카카오 전반에 여러가지 리스크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시장 독과점 논란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압박의 수위를 올린 가운데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콜 몰아주기 논란 등에 대해서는 외부단체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수수료 문제, 시장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입니다.

가맹택시 사업구조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단기적으로 수수료 인하와 오픈 플랫폼 방식 고도화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이라도 불온하다? 무조건 해치운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 논란의 핵심인 시장 독과점 논란은 택시업계에서 중점적으로 문제삼고 있습니다. 거대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로 인해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택시기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메시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날, 택시 핸들을 잡은지는 오래된 김호덕 부산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이 간만에 택시 정복을 꺼내 입고 현장에 나타나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지금의 '카카오모빌리티 천하'에는 당사자인 택시업계도 의외지만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라이벌들을 모두 치워버린 일등공신이 바로 택시업계이기 때문입니다.

첫 타깃은 우버였습니다. 아직 카카오가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띄우기 전인 2014년, 우버는 기존 카셰어링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도 우버와 적극 소통하며 새로운 모빌리티 전략을 구상했지만 택시업계는 강경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4일 우버가 서울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서울택시운송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회원들은 우버의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위를 벌이며 거칠게 반발했습니다.

택시기사들이 우버 한국 시장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택시기사들이 우버 한국 시장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그 파상공세에 우버는 후퇴했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기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백악관 수석 고문으로 일했던 데이비드 플루프 당시 우버 정책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까지 한국을 찾아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보려고 했으나 택시기사들의 분노는 결국 판을 엎어버렸습니다.

결국 우버는 우버택시를 포기하고 우버블랙 등 한정된 서비스만 가동하다 이 마저도 모두 종료시켰습니다. 우버이츠도 철수했어요. 우버가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우티라는 가맹택시로 다시 돌아온 것은 먼 훗날의 일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버가 물러난 직후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회사도 없을 때였고, 택시업계와 협력한 모바일 콜택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우버가 택시업계와 완벽히 대립하며 모빌리티 전략을 그렸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손을 잡는 구조였습니다. 

순조로게 흘러가는 듯 했던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 다시 전운이 깔리기 시작한 것은 풀러스와 럭시로 대표되는 카풀 서비스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부터입니다. 

풀러스 런칭 기자회견. 사진=최진홍 기자
풀러스 런칭 기자회견. 사진=최진홍 기자

특히 2016년 5월 출시된 풀러스는 자가용을 소유한 일반인이 카풀을 통해 돈을 벌고, 풀러스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시동을 걸었으나 법적 리스크가 불거지는 한편 택시업계의 강력한 비판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럭시를 인수하며 카풀 서비스를 일종의 모빌리티 생태계의 일부로 편입하려고 시도하자 택시업계는 말 그대로 융단폭격을 퍼부었습니다. 여기에 택시기사 몇 분이 소중한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충격적인 일과,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풀러스의 실책이 겹치며 결국 카풀 플랫폼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버스를 부르는 수요응답형 O2O 교통 서비스인 콜버스도 택시업계의 타깃이 된 바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국토교통부도 콜버스에 대해 우호적이었으나 택시업계는 강경했습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4개 단체는 2016년 12월 국내 대표 일간지에 콜버스 반대광고까지 실으며 공세의 수위를 올렸고, 결국 콜버스는 피봇하고 말았습니다.

택시업계의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인수 반대 집회. 사진=최진홍 기자
택시업계의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인수 반대 집회. 사진=최진홍 기자

타다 이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쏘카 VCNC가 처음 타다 베이직을 공개한 2018년 10월. 당시 택시업계는 럭시를 인수하려던 카카오모빌리티에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이라 타다 베이직이 불러올 파급력에 대해서는 미온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쏘카 VCNC가 타다 베이직을 공개하던 날 박복규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럭시 인수를 규탄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찾았을 때 기자가 찾아온 것을 인지한 박 회장이 다른 수행원에게 잠시 맡긴 피켓을 다시 받아들고 포즈를 취할 때 VCNC 타다 베이직에 대해 묻자 "일단은 더 지켜볼 것"이라 답하기도 했습니다.

박복규 이사장의 1인 시위. 사진=최진홍 기자
박복규 이사장의 1인 시위. 사진=최진홍 기자

다만 이후 상황은 폭풍의 연속이었습니다. 거센 공방전이 펼쳐지며 난타전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타다 베이직은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VCNC는 토스에 인수되어 지금도 아슬아슬한 모빌리티 생태계의 끝에 서 있습니다.

이후 정부는 ICT 기업과 택시업계의 기계적인 결합을 요구했고, 그 결과 플랫폼 택시 시대가 펼쳐지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VCNC 타다 베이직 런칭 간담회. 사진=최진홍 기자
VCNC 타다 베이직 런칭 간담회. 사진=최진홍 기자

달라질 것이 있을까?
택시업계가 해치운(?) 플레이어 중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자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택시업계의 공세로 다양한 모빌리티 플레이어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며, 그 자체로 시장의 선택권이 줄어든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우버가 퇴출된 직후 카카오와 손 잡은 것도 택시기사들이었으며, 플랫폼 시대 이후 아이엠택시 등 대형택시를 비롯해 각 지역 가맹택시들이 생겨난 이 모든 시장 환경은 택시업계가 개입하고 조성한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ICT와 관련되어 택시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것 같은, 나아가 기존 시장을 '터치'하는 모든 것들을 몰아낸 택시업계가 이제 카카오모빌리티 시장 독과점을 논하는 것은 다소 씁쓸한 것이 사실입니다. 플랫폼 택시라는 기형적인 한국의 모빌리티 시장을 만든 일등공신이자 다양한 플랫폼 선택지를 스스로 퇴출시킨 택시업계가, 이제와 선택의 자유를 말하며 카카오모빌리티를 비판하는 것은 뭔가 상당히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택시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고 플랫폼 독과점 자체에 대한 입체적 고려를 해 볼때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독과점 자체는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비판이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택시업계의 반발을 지렛대로 삼아 우여곡절 끝에 기형적이나마 자리를 잡기 시작한 또 하나의 플랫폼이 필요이상 무장해제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한번의 아픔이 아닐까 합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를 낮추고 오픈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한편 가맹택시 비즈니스 자체를 원천적으로 되짚는 것을 두고 택시업계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결과 현재의 플랫폼 택시 및 가맹택시 전략이 나온 것 모두 택시업계의 방향성에 맞춘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완전히 바뀌어 무색무취해진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

차라리 더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까지 수 많은 실험과 시도를 밀어낸 결과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과점이라면,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왜 다른 플랫폼 택시들은 카카오가 되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고객과 시장의 선택을 받은 카카오모빌리티에 과도한 힘이 실리는 것은 균형적 시선으로 판단해야겠지만, 역시 고객과 시장의 선택을 받은 플랫폼이 된 이유부터 먼저 따져보고 원점에서 상생을 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 무차별적 분노와 마녀사냥을 거듭하며 횡보하기보다는 더욱 냉정한 분석이 필요할 때입니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