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를 선택할 때 혜택만큼 디자인도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생 김모씨(27)는 “물건을 고를 때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혜택이 비슷하다면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카드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도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카드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유명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출시하거나 단순함을 살린 디자인으로 각자 다른 소비자의 ‘취향 저격’에 나서고 있다.

‘캐릭터’로 소장 욕구 꽉 채웠다

왼쪽부터 신한카드의 ‘플리 체크카드(산리오캐릭터즈)’와 ‘Way 카드(최고심)’. 출처=신한카드
왼쪽부터 신한카드의 ‘플리 체크카드(산리오캐릭터즈)’와 ‘Way 카드(최고심)’. 출처=신한카드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은 캐릭터 카드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인기 캐릭터 ‘토심이’와 협업한 체크카드 2종을 내놨다. 토심이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MZ세대에게 알려진 토끼 캐릭터다.

우리카드는 지난 9월 ‘망그러진곰’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의정석 에브리원’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카카오톡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처음 등장한 망그러진곰은 ‘하찮고 귀여운’ 외관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팬층이 두터운 캐릭터가 담긴 카드는 일명 ‘굿즈’처럼 기능하기도 한다. 사용 목적이 아닌 소장 목적으로 카드를 발급받는 것이다. “간편결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솔직히 실물 카드는 잘 쓰지 않는다”는 직장인 조모씨(35)는 지난 4월 신한카드의 ‘최고심’ 카드를 발급받았다. 그는 “혜택을 따져 보지는 않았고 그냥 가지고 싶어서 신청했다”며 “발급받은 김에 카드를 사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2030 세대만큼 카드사도 캐릭터에 ‘진심’이다. 신한카드는 자사 홈페이지에 ‘캐릭터 카드’ 메뉴까지 개설하며 캐릭터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미니언즈, 산리오, 포켓몬스터 등과 협업한 캐릭터 카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그중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신한카드의 ‘플리 체크카드(산리오캐릭터즈)’는 출시 4일 만에 5만장 이상의 신청이 몰려 배송이 일시 중단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산리오 카드의 경우 초반에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며 “처음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출시했지만 최근 출시된 짱구, 포켓몬 캐릭터 카드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고객들도 발급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깔끔한 디자인으로 승부

토스뱅크 체크카드(왼쪽)와 현대카드의 ZERO Edition2(오른쪽). 출처=각 사
토스뱅크 체크카드(왼쪽)와 현대카드의 ZERO Edition2(오른쪽). 출처=각 사

군더더기를 덜어낸 ‘미니멀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기도 한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카드 플레이트 앞뒷면을 레몬블루, 나이트핑크, 오렌지밀크, 퍼플그린 등 눈에 띄는 색깔로만 채웠다. 지난 7월 출시된 이 카드는 1년 10개월 만에 누적 발급좌수 500만좌를 돌파하며 꾸준한 선호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카드의 ‘제로 에디션(ZERO Edition)2’ 역시 깔끔한 외관으로 승부수를 뒀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DEA 2023’에서 디자인으로 브랜딩 부문 본상을 수상한 이 카드는 순백색에 가까운 흰색 플레이트가 특징이다. 카드 이름과 회사 로고도 파내는 방식(음각)으로 새겨 단순함을 더했다.

별다른 꾸밈 요소가 없는 카드 디자인은 소비자가 직접 취향대로 외관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발급 시 스티커 패키지를 동봉해 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한동안 ‘카드 꾸미기’가 유행했다”며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업황 악화로 차별화된 혜택을 내놓기 어려운 현재, 카드사에 디자인 마케팅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좋은 요소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캐릭터 카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젊은 세대는 카드를 액세사리처럼 보유하기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유효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