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한 증시 급등이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약 일주일만에 강세장으로 180도 뒤집힌 국내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얘기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매수 수요를 이끌어 시장에 추가적 유동성을 제공하고, 고평가된 기업의 주가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있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조건이 개인에 비해 지나치게 유리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20%, 상환기간은 90일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은 105%이며, 공매도 대차 기한도 사실상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금감원이 적발한 홍콩 IB사의 560억 규모 불법공매도 사례가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당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함에 따라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2011년, 2020년에 이은 역대 네 번째 금지령이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이 대상이며,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차입공매도만 허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 주요 IB들의 관행적인 불공정 거래로 공정한 거래 질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공매도를 금지했다”며 “내년 6월 상황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고려해 공매도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첫 거래일인 6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34.03포인트(5.66%) 오르며 단숨에 25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시장도 7% 이상 급등하며 3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공매도 금지로 인한 증시 폭등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달 26일 코스피 시장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300선을 붕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국내 증시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이날 주식 투자 관련 카페에는 “정부가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간 시장이 두달동안 무섭게 추락만 해서 주식하기 어려웠는데, 다시 들어가도 될 듯”, “공매도 전면 금지가 됐으니 이제 원만한 장이 될 것 같다” 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령, 영향력 단기간에 그칠 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치고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치고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증시 반등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흥국증권 채현기 연구원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사실 시장 반등이 나타난 것이 공매도 제한이라는 이슈도 있었지만, 미국 증시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으로 불편했던 매크로(거시 환경)가 해소되면서 상승 모멘텀이 더해진 영향이 있다” 며 “과거에도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준 적은 있지만, 이로 인해 시장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한쪽 방향으로만 갔던 적은 없다. 이후에는 시장에 영향을 많이 못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매도 금지령의 배경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데, 시장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다 알고 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이 반등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요인은 중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을 위해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발표에 외국인의 대규모 숏커버성 수급이 유입되며 증시가 급등했다”며 “당분간 수급 모멘텀에 따른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펀더멘털 약화 우려는 여전하다”고 짚었다.

실제 7일 오후 1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15% 하락한 2423.47를 기록하며 2400선 초반까지 밀려났다. 코스닥 지수도 개장한 지 1분여만에 하락 전환한 후 2.56%까지 내리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우려됐던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증시 랠리 재개에 대한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7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2341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2368억원어치 물량을 팔아치우는 중이다. 

이에 채현기 연구원은 “적정 가치보다 주가가 올라갔을 때 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숏 조치가 없어지다 보니 개별주가에서 조금씩 나뉘어 나타났어야 할 변동성이 금지 조치로 인해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한순간 펀더멘털 약화가 가시화될 때 한꺼번에 쑥 빠지게 될 수 있다”며 “한번에 쭉 상승한 주가가 어느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매도 금지 포퓰리즘 논란···“이미 시장 반등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령의 배경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불평등 논란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의식해 단기간에 태도를 뒤집었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공매도를 금지한 것에 정부도 나름의 명분은 있겠지만, 지난주 FOMC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사실상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였는데, 그간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이 깨질 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공매도를 금지했는 지 모르겠다”며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반박하고 나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얘기한 날 총선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고 얘기하지 않았다. 공매도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굉장히 오랜 기간 농축돼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도 개선을 지체하면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물론 내부적으로 제가 제시한 대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총선도 있으니 한번 해볼 만도 하지 않겠느냐’라는 얘기가 가미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매도 중지를 이슈화해 총선에 써먹자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금지는 정치와 관계없는 시장 조치일 뿐”이라며 “가격 시스템 신뢰 저하로 투자자들의 결정이 왜곡되는 문제가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개월 동안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한 사항이며, 누군가 얘기해 아무 검토 없이 갑자기 발표했다는 얘기는 큰 오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간 공매도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해온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가 하루빨리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목소리 높이고 있다. 

정호철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간사는 “사실 굳이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고,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를 금지한 것을 보면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칼을 빼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당국이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총선용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단순한 포퓰리즘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공매도 제도에 있어 외국인과 개인간 불평등 문제, 실시간 공매도 전산 시스템 도입을 통한 불법 공매도 척결에 대한 약속을 정부가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