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대중문화 산업계 명망가들을 통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컨퍼런스 '블룸버그 스크린타임'의 연사로 나선 방시혁 하이브 의장. 출처= Bloomberg Screentime/하이브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대중문화 산업계 명망가들을 통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컨퍼런스 '블룸버그 스크린타임'의 연사로 나선 방시혁 하이브 의장. 출처= Bloomberg Screentime/하이브 

K-POP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하이브의 행보에 국내외 문화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실현되는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하이브는 자사 K-POP IP의 사업 반경을 점차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지금의 K-POP은 매우 위험하다”

지난 3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미국의 방송사 CNN의 경제 프로그램 ‘Quest Means Business’에 출연해 현재의 K-POP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방 의장은 “이대로 뒀을 때 지금의 K-POP은 매우 위험하다. (K-POP의) 글로벌 인지도는 현재보다 더 확실하게 올라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에서 방 의장은 K-POP은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에서 여전히 주류(主流)에 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K-POP은 전 세계의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방 의장의 이러한 의지는 최근 하이브의 사업 전략에도 반영돼 실행되고 있다. 하이브는 안정된 국내 사업의 기반을 통해 K-POP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POP 가능성의 극대화 ‘멀티 레이블’ 체제  

‘멀티 레이블 체제’는 방시혁 의장이 글로벌 미디어 인터뷰에서 밝힌 하이브의 공식적인 중장기 전략이다.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K-POP의 유형을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음악 장르를 결과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수의 레이블을 운영해 각자의 스타일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하이브는 자사의 운영 시스템과 기술력으로 각 멀티 레이블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K-POP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한다.  

지난 7월 하이브가 개최한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con Festival)’ 역시 멀티 레이블 전략 실행의 일환이다. 방시혁 의장은 “K-POP 공연의 품질도 한층 업그레이드 돼야 하며,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대중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신기술과 예술적 방법론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기를 원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열린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야외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과 K-POP 콘서트를 하나로 합친 신개념 공연이다. 

위버스콘 페스티벌 현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위버스콘 페스티벌 현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주간에는 야외 스테이지 무대에서 하이브 그리고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공연이 열렸다. 야간에는 실내 공연장에서 K-POP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각 공연의 무대에는 최첨단 영상 장비들이 설치돼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위버스콘 페스티벌 무대에 설치된 LED 패널은 통상의 아티스트 단독 콘서트의 4배가 넘는 양이 투입돼 만들어진 총 8개의 초대형 고화질 화면으로 무대의 퍼포먼스를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그 외에도 무대의 일부를 이동, 회전시키는 트롤리, 로테이트, 리프트 등 다양한 첨단 공연 설비도 동원돼 역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고 있는 아티스트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역시 멀티 레이블 전략 실행의 방법론이다. 기획사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온라인을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행하는 위버스에는 하이브 레이블 외에도 다양한 국내 엔터기업 아티스트들이 입점해 있다. 지난 9월에는 경영권 확보 관련 문제로 한 차례 대립한 이후 서로의 협력을 도모했던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입점했다. SM엔터에서 강타·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엑소·레드벨벳·NCT 127·NCT DREAM·Way V·에스파·라이즈(RIIZE) 등 총 13개 아티스트 팀이 위버스로 합류했다.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SM 아티스트들의 입점으로 위버스는 1억 다운로드와 1000만 MAU(월간 순수 이용자 수)를 넘어섰다”라면서 “SM 아티스트와 팬덤 여러분의 위버스 합류를 환영하며 위버스를 통해 보다 확장된 팬 경험을 누리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방시혁 의장의 꿈 ‘드림 아카데미’ 

하이브와 미국의 게펜 레코드가 함께 주최한 글로벌 오디션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는 ‘K-POP 영향력의 확장’을 위한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이브는 새로운 글로벌 K-POP 걸그룹의 탄생을 목표로 지난 2년여 동안 세계 각국에서 약 12만명의 참가자의 지원을 받은 대형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후 약 60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0명의 연습생들의 데뷔 도전기와 성장 기록을 담아낸 프로그램이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다. 본 프로그램은 유튜브 채널 및 위버스 등 제한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음에도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이 확인되고 있다. 

하이브 용산 사옥에서 드림 아카데미 연습생들과 만난 방시혁 의장. 사진= 하이브
하이브 용산 사옥에서 드림 아카데미 연습생들과 만난 방시혁 의장. 사진= 하이브

프로그램을 통해 방시혁 의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드러냈다. 하이브는 데뷔나 정식 계약 전의 연습생들의 용산 본사 사옥 출입을 제한하며, 방 의장 역시 연습생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에서 드림 아카데미 연습생들은 하이브 용산 사옥을 방문해 K-POP 아티스트 선배인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고, 깜짝 등장한 방시혁 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방 의장은 연습생들에게 “아티스트도 결국에는 사람이기에 많은 어려움과 마주하고 때로는 힘들 순 있지만, 음악과 무대 그리고 팬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는 힘든 순간에 앞으로 전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연습생들을 격려했다. 

안정적 기반을 통한 확장 

K-POP 영향력 확장을 목표로 하는 하이브의 전략적 움직임은 안정적인 자본에서 그 동력을 얻는다. 올해 3분기 하이브는 연결 기준 매출액 5379억원, 영업이익 727억원의 실적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영업이익은 20% 증가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하이브가 창사 이래 거둔 3분기 실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됐다. 

이와 같은 실적 성장의 주된 요인은 각 아티스트들의 왕성한 오프라인 공연 활동 및 음반 판매였다. 영역의 확장을 지향하면서도 엔터 기업으로써 사업의 근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하이브의 레이블 시스템이 이끈 성과였다. 3분기 하이브의 실적에서 아티스트들의 앨범 판매와 공연, 광고 출연과 같은 직접 참여형 매출은 3824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앨범 매출은 2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공연 매출은 869억원으로 같은 기간 8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아티스트 발굴, 통합 플랫폼의 운영을 통한 팬덤의 집중,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 확대 등으로 하이브는 BTS에 이어 또 다시 K-POP의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고 있다. K-POP의 글로벌 영토 확장이라는 방시혁 의장의 꿈이 이뤄져 가는 과정이 우리에게 보여 줄 새로운 결과물들은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