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김호성 기자.

국내 증시가 안도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는게 대다수 증권사들의 진단이다. 증시의 내재 가치 대비 시장 가격, 이른바 밸류에이션 부담은 충분히 줄었다는 평가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새 20원 급락하는 등 환율까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투자자들은 올해 7월 금리 인상 이후 현 5.25~5.50% 수준에서 금리 정점이 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연준은 여전히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존과 비교해 한층 '덜 매파적(hawkish)' 발언을 하며 증시의 투자심리를 개선했다.

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 결정 직후 기자 회견에서 "추가 인상 여부는 다음 회의 전 나오는 지표들을 확인한 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및 신용 여건이 예전보다 긴축적인 상황이며 이는 경제활동과 고용·물가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최근 미 채권시장의 금리 급등이 통화정책의 긴축 효과를 일부 대체했으며 이에 따라 연준이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낮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당초 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매파적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은 '비둘기파적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출처=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CME그룹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자금시장은 10월 고용보고서 발표 후 연준이 12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로 동결할 확률을 95.3%로 제시했다.

이는 전날의 80.2%에 비해 15.1%p(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5.50~5.75%로 25bp 올릴 확률은 4.7%로 전날의 19.8%에 비해 크게 내려갔다.

이날 미국의 10월 비농업 일자리가 15만개 증가하면 예상치 17만개를 밑돌았고, 실업률은 3.9%로 전망치 3.8%를 웃돌았다는 미 노동부 집계가 발표되면서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그간 연준은 고용시장 냉각을 금리 인상 종결 및 금리 인하의 중요한 조건으로 꼽아 왔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10월 30일~11월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2.85%(65.53포인트) 오른 2368.34에 장을 마쳤다. 10월 31일 2270선까지 하락한 이후 3거래일 연속 1% 넘게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4.48%(33.56포인트) 상승해 782.05로 마감했다.

기관이 순매수 규모를 키우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한주간 기관은 869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8369억원, 246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 홀로 2613억원어치를 순매도 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879억원, 11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준의 긴축 부담에 대한 완화로 뉴욕증시도 훈풍을 이어갔다.

3일(현지시간)까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거래일 연속, 나스닥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3대 지수의 주간 상승률은 5~6%에 달한다.

한주 마지막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2.24포인트(0.66%) 오른 34,061.32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40.56포인트(0.94%) 상승한 4,358.34로, 나스닥지수는 184.09포인트(1.38%) 뛴 13,478.28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증시 하방 압력의 주 요인이었던 채권 시장 금리도 안정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의 채권 발행량(분기 1120억 달러)이 시장 예상치(분기 최대 1140억 달러)를 밑돌면서 채권 시장의 수급 부담도 완화됐다.

지난 8월 발표한 분기 1030억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긴 하지만, 시장이 경계심을 높였던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를 피해가면서 월가는 환호했다.

11월 3일 기준 미, 한국물 금리. 자료 = 신한투자증권.
11월 3일 기준 미, 한국물 금리. 자료 = 신한투자증권.

사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1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보다도 미 재무부의 채권 발행 계획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장기물 국채발행이 급증할 경우 공급 부담이 지속되면서 채권시장에서 매도 압력(국채수익률·금리 상승)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중장기물 이 아닌 단기물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채 발행이 많아지면 장기채권에 대한 공급 압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안도랠리 주목할 업종은?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안도랠리를 타고 점진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2290~2410포인트를 제시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압력의 완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하방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미국 예산안 이슈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있는 점 등을 꼽았다.

증권가와 건설업계는 프리마호텔 사업부지 PF 브릿지론 만기 연장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 = 프라마호텔.
증권가와 건설업계는 프리마호텔 사업부지 PF 브릿지론 만기 연장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 = 프라마호텔.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4.7% 아래로 내려가면서 단기 급락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 있는 점, 다음주 7일(현지시간)부터 진행되는 미 재무부의 미 국채 10년물 입찰 수요 흥행 여부에 따른 금리 변동성 확대 여부, 아울러 한국 시장에서는 청담 프리마호텔 사업부지 브릿지론 만기연장 여부 등도 변수다.

프리마호텔 PF 브릿지론 관련, 신한투자증권은 "주요 대주인 새마을금고의 자금 회수 의지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됐다"며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 관련 투자 금액 56조4000억원으로 다른 사업장에서의 자금회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PF ABCP 금리 동향. 자료 = 신한투자증권.
PF ABCP 금리 동향. 자료 = 신한투자증권.

안도 랠리가 시작된다는 전제 하에, 이혁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하락으로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낙폭과대 성장주를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주간 추천종목으로 수익률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종목들을 신규로 편입한다"며 신규 추천종목으로 호텔신라, 엔씨소프트를 제시했다.

호텔신라에 대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 돌파에도 여전히 공매도 비중이 높아 낙폭이 과대하다는 점에서,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는 신작 공백에 따른 주가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12월 신작 모멘텀(TL)이 부활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엔씨소프트 주가 추이. 자료 = 삼성증권.
엔씨소프트 주가 추이. 자료 = 삼성증권.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고금리 기조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해 방산 및 기계 업종에 대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고금리, 안보 불안 등에 따른 안정욕구가 방산,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방산 업체들은 수출 확대로 인해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호하는 토픽주로는 한국항공우주, 전력기기의 HD현대일렉트릭을 유지했다.

한국항공우주에 대해서는 내년 신규수주 급증이 예상되고,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서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 달성을 전망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