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G에너지솔루션
출처=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의 배터리 시장 독주를 막기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시점을 구체화하는 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중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저가 보급형 배터리인 LFP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아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 발전하고,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LFP 배터리 수요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양산 시점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회사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FP 배터리 시장 진출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손 부사장은 “동종업체 대비 시작이 조금 늦었지만, 회사만의 설계 최적화와 공정·설비 혁신을 바탕으로 LFP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9월 ‘IAA 모빌리티 2023’에서 LFP에 망간을 추가해 회사만의 차별화된 LMFP 배터리를 이미 선보였다. LMFP는 기존 LFP 양극재에 망간을 추가한 것으로, LFP 배터리와 비슷한 가격으로도 에너지 밀도를 15~20% 가량 높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발표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콘퍼런스콜에서 “파우치가 가진 셀 무게, 공간 활용률 등의 강점을 결합하고 셀 구조 개선과 공정 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LFP 배터리를 오는 2026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26년으로 예정된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을 가능한 빨리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SK온이 지난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전시했다. 사진=SK온
SK온이 지난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전시했다. 사진=SK온

SK온은 앞서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중국산 LFP 배터리는 영하 20도 안팎의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70%로 급감하는데, SK온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통해 축적한 소재 및 전극 기술을 적용해 저온에서 주행거리를 70~8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SK온이 구체적인 양산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와 비슷한 2026년도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외에도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LFP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자체연구소에서 LFP 양극재에 대해 진도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양극재 개발을 공식화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함께 고에너지밀도 LFP 배터리용 양극화물질 연구개발에 나선다. 내년 상반기에 1000톤 규모의 준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북 익산의 삼기공장의 리튬·망간·산화물(LMO) 생산공정 일부를 개조해 LFP 설비로 전환한다.

LG화학은 모로코 현지에 LFP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연산 5만톤 규모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미국 내에서 배터리 생산을 추진 중인 복수의 잠재 고객사와 LFP 양극재 공급을 논의 중”이라며 “화유코발트와 협력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 솔루션을 개발해 중국 업체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시장은 앞으로 계속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중국이 LFP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 대응하며 시제품을 선보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