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며 내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며 내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처리 문제만 붙들고 마냥 세월을 보내던 정치권에 메가톤급 정책 이슈가 급부상했다. 이른바 ‘메가 서울’ 구상이 그것이다.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방안을 놓고 촉발된 이 문제는 성남, 남양주, 의정부, 광명, 과천, 안양 등지로 편입 검토 대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논의의 출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아이디어는 경기도의 남북 분도 추진 과정에서 출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25년까지 특별법을 제정해 2026년 7월1일 경기북도를 출범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김포시 측에서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경기도가 분도되면 김포시는 남도와 북도 모두의 도청 소재지와 멀리 떨어져 위치가 애매하니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난 9월 10일, 국민의힘 김포시 을 홍철호 당협위원장이 당내 지역 행사에서 이런 주장을 했고 같은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과 박진호 김포시 갑 당협위원장도 동조하는 의견을 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닥불 수준이던 ‘서울 편입론’에 기름을 부은 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였다. 김 대표가 10월 30일 김포시 교통 대책 간담회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에 시민의견이 모이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 뒤이어 당은 11월 2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기 위한 TF를 발족키로 했다.

◇논의의 확산

국민의힘이 이렇게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자 김포시 외의 다른 경기도 도시들도 들썩이며 ‘메가 서울론’이 본격 점화됐다. 당장 고양시에서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포뿐 아니라 고양시도 서울로 편입시켜 행정권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길 바란다”며 “경기 인구 1300만명. 너무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난달 31일 “현재 단계로선 김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지역은 지역민 요구가 있을 때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메가 서울 구상에 가세했다.

당내 의원들 역시 상당수가 메가 서울 구상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은 아직 작다’라는 글에서 “우리는 서울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만, 팩트는 그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의 인구수는 세계 38위, 면적은 상위 38개 도시중 29위밖에 안된다”며 “고양, 구리, 하남, 성남, 남양주, 의정부, 광명, 과천, 안양 등도 주민의 뜻을 묻지않을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여권내 반론도

여권 인사들이 하나같이 ‘메가 서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0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기도 일부의 서울 편입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박원순 집권 10년간 도봉구는 오직 도봉구가 ‘서울’이라는 이유로 재건축과 재개발도 못 했다. 서울 동부 외곽이 다 마찬가지”라며 “이런 문제를 지적해야 서울 사람들에게 표를 얻는 것이지 김포를 서울에 편입한다고 총선 승부수가 될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나아가 “서울특별시는 중앙정부와 비용 분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부담하도록 불이익을 받고 있는데,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시키면 서울시 자치구 사이에서 일부 지방세 수입 재분배 공유 결과에 변화가 생겨 기존 서울 자치구 안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그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방 시도를 통합해 메가시티로 만드는 것은 지방화시대 국토교통 발전을 위해 바람직할지 모르나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대통령께서도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연일 회의를 열고 있는 마당”이라며 “뭐가 뭔지 어지럽다”고 꼬집기도 했다.

◇서울시의 입장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 김병수 김포시장과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일 2024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간이 흐르고 도시의 기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도시가 주변 도시와 이어지는 ‘연담화 현상’은 자연스러운 도시의 변화”라며 “자연스러운 이 현상을 행정체계 개편으로 담아내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김포시가 어떤 의미와 목표를 가지고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는지에 대해 듣고,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김포시를 편입하면 마포구에 지어진 소각장을 비롯, 난방공사 등 기반시설을 김포 지역의 유휴지로 이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을 가진 김포시로의 인구 분산 효과도 기대된다. 이와 관련, 김병수 김포 시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서울은 개발이 다 끝나서 개발 가용지가 없지만 김포는 약 60% 이상이 지금도 가용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1960년대 초 ‘대확장기’에 경기 시흥·부천·김포·광주·양주 일부를 흡수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면적(605㎢)은 런던(1572㎢), 뉴욕(1214㎢), 베를린(892㎢)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좁은 편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인구밀도 차원에서도 서울시의 (면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김포시의 입장

김포시의 인구는 한강신도시가 조성된 운양동·장기동·구래동, 한강 및 서울이 인접한 풍무동·김포본동 등 원도심 지역에 밀집돼 있다. 반면 북부에 해당하는 월곶면·하성면·대곶면 등은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1만명 이하로 적은 편이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 인프라가 미흡하다.

만약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된다면 이들 지역에 서울시에서 자리 잡지 못한 기반시설들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교통망 연결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테면 5호선 차량기지와 난방공사, 건설물 폐기장 등이 김포시에 유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울러 기존 한강신도시 등의 원도심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이냐 아니냐’가 집값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울 송파와 성남에 걸쳐있는 위례신도시의 경우에도 송파와 성남간 가격차이가 크다.

한편 김포시는 옛 김포의 일부 지역이 서울로 편입된 사례가 있다. 1963년 양동면과 양서면이 서울시로 편입돼 각각 양천구와 강서구에 포함됐다. 1975년에는 오정면이 부천시로, 1989∼1995년에는 계양면·검단면이 인천시로 편입됐다.

◇부동산 시장 영향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실현되려면 서울시·경기도·김포시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에서 서울 편입과 관련한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

따라서 김포시 편입이 당장 김포시 집값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집값에 호재라는 점은 분명하므로 매매심리는 개선될 전망이다.

일례로 아파트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가 집계하는 실시간 지역 검색어에서도 1일 현재 김포시 고촌읍과 장기동, 운양동, 풍무동 등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서울 입성 마지막 기회는 김포에 집을 사는 것”,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김포 집 마련해라”, “시간을 걸리겠지만 최소한 3억은 오르지 않겠냐”, “어차피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거 서울이라도 되자”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메가서울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며 “수요자들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 이슈로 인해 집값이 요동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기대감이 형성되기에도 이른 시점”이라며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부동산시장이 움직이는데 현재 장벽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야당의 입장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러워하며 당내 의견 조율에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우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다짜고짜 ‘역술인 천공이 주장한 내용’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공의 과거 유튜브 강연 영상을 재생하며 “천공이 지난 8월 22일 강의에서 경기도와 서울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마 했는데 또 천공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무속인을 철석같이 믿고 무속인 말에 따라 나라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면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포 서울 편입’도 천공 지령? 기준도 근거도 아직 명확치 않다. 그런데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천공의 머리에도 똑같은 생각이 있다”고 썼다. 또 “천공은 줄곧 ‘경기도 서울 통합론’을 밀고 있다. 오늘 정부·여당이 발표한 메가시티 서울론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김포 서울편입 문제에 대해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경제와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국민 갈라치기를 하더니 이제는 국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대한민국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정책인 데 반해 여당 대표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계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도 무작정 반대의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일 “국토 전체를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를 해야 한다. 광역시도와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행정 대개혁’을 한번 제안하고 여당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생각이 있다. 우리 당은 예전부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과 호남권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사회를 대비해 ‘메가시티’를 주장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메가 서울’ 구상에 대해 찬반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여야 간에 협의할 뜻을 드러낸 것이다.

◇해외의 메가 시티 사례

메가 시티는 교통·경제·문화가 연결되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권을 의미한다. 대도시가 메가 시티가 되기 위해 외곽 도시들을 추가로 편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메가시티를 넘어 메가리전(mega-region, 교통·물류 등 사회기반시설을 공유하고 경제·산업적 연계가 긴밀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 연결권역) 전략도 진행 중이다.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연합권한(combined authority) 제도를 도입했다. 두 개 이상의 지방정부 요청이 있으면 지방자치단체 연합기구를 구성해 기존 행정구역 단위에서 해결이 어려운 경제, 토지, 주택, 인프라스트럭처, 고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런던과 남동부 6개 연합체가 초광역정부(ODIE)를 설립했다.

프랑스는 2016년 파리와 인접 지자체 간 협력 공공재단 성격의 그랑파리 메트로폴(Metropole du Grand Paris)을 발족했다. 그랑파리 메트로폴 구역에는 700만명이 거주하며 관할 면적은 파리의 8배인 800㎢ 수준이다.

독일은 1994년 슈투트가르트와 인근 도시의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 교통망을 확충하는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를 통해 6개 지역의 광역 연합을 만들었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아메리카(America) 2050’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뉴욕 LA를 비롯한 기존 대도시를 중심으로 11개 메가리전을 제시하고, 공간적 협력과 인프라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2010년 간사이 지역의 8개 광역지자체와 인구 50만 명 이상 4개시를 묶어 ‘간사이 광역연합’을 만들었다. 간사이 광역연합의 인구는 작년말 기준 2035만2000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의 약 17%를 차지했다.

중국은 베이징과 톈진·허베이 등 인접 도시를 메가시티로 개발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진행 중이다. 세 도시 인구를 합치면 약 1억900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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