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닭육수 쌀라면’ 제품. 출처=하림
하림 ‘닭육수 쌀라면’ 제품. 출처=하림

식품업계가 우리나라에서 직접 재배한 가루쌀을 활용한 라면, 과자 생산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주요 기업들도 가루쌀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며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쌀 소비량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가뭄 속 단비처럼 쌀로 만든 가공식품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우리 쌀로 만든 먹거리들이 쌀 소비 부진을 타개할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해태제과 초콜릿 케이크 ‘오예스 위드미’와 하림 ‘닭육수 쌀라면’, SPC삼립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빵 제품들은 모두 가루쌀을 원료로 만들어졌습니다.

가루쌀이란 한마디로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가리킵니다. 기존 밥 짓는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껍질을 까서 바로 으깨면 가루 형태가 돼 이를 바로 반죽 용도로 쓸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가루쌀 품종은 2019년에 개발된 ‘바로미2호’로, 해당 제품들에도 바로미2호가 주재료로 쓰였습니다.

한정물량으로 판매되는 가루쌀 초코케이크와 라면 등을 맛보지 못한 소비자들은 곧 다가오는 다음해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농심이 ‘볶음 사출면’을, 삼양식품은 가루쌀을 넣은 ‘뽀빠이 스낵’과 짜장라면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바로미2호가 본격적으로 재배되면서 가루쌀 기반 신제품들도 봇물 터지듯 나오는 듯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처음으로 25억원 규모의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했습는데요. 해태제과, 하림, SPC삼립, 농심, 삼양식품 등 15개 식품기업은 이번 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가루쌀 제품을 이미 출시했거나 개발 중인 상황입니다.

일반 국산 쌀가루(미분)이 들어가는 제품들도 꽤 됩니다. 2021년 출시된 오비맥주 ‘한맥’이 대표적인데요. 오비맥주는 전라북도 순창 지역 농가와의 계약 재배 방식으로 햅쌀을 조달해 사용합니다. 오리온도 오리온농협이 생산한 미분을 활용해 자사 ‘마켓오 네이처 오!그래놀라’, ‘썬’, ‘치킨팝’ 등을 생산 중이며 쌀 기반 신제품도 추가로 개발 중입니다. 오리온농협은 오리온이 농협경제지주와 합작해 설립한 법인입니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쌀로 만든 가공식품 수요는 증가세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 출처=통계청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 출처=통계청

식품업계의 쌀 가공식품 생산 행보에 어느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간 쌀 소비량이 주저 앉은 데 반해 쌀로 만든 가공식품 수요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섭니다.

통계청의 ‘2022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1명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6.7kg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2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합니다.

반면 소비자들이 가공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쌀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과자·면·떡·도시락류 등 식료품 제조업 분야의 쌀 소비량은 2022년 기준 51만5894톤으로, 전년 동기 47만4746톤 대비 9% 증가했습니다. 2021년(43만6683톤)과 비교했을 때는 2년 새 18% 확대된 규모입니다.

정부도 쌀 소비량 증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농식품부는 가루쌀 공급량을 20만톤까지 늘리고 연간 밀가루 사용량(200만톤)의 10%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내년 가루쌀 생산량 목표치는 약 5만톤으로 설정됐습니다. 이를 통해 쌀 가공식품 생산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수입 밀 의존도를 낮춰나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식품기업들이 참여하는 가루쌀 제품 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현재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 확보를 위한 국회 예산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입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제3차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에 쌀 가공식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길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5년마다 쌀 가공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새롭게 수립, 시행해야 합니다.

요즘 ‘냉동김밥’, ‘즉석밥’ 등이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수출 지원책이 뒷받침된다면 쌀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2주차까지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1억4500만달러(한화 약 19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쌀 가공식품은 즉석밥, 떡과 주류 등에 편중된 측면이 있었다”며  “가루쌀 보급이 확대되면 면이나 빵, 과자 등으로 쌀 가공식품 시장 전반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농식품부 관계자도 “쌀 가공식품 수출 지원과 함께 가공식품 생산용 쌀을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단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전문 쌀 생산 단지를 식품 제조 기업들과 연결 시켜줄 수 있는 방법들도 다각도로 고민 중인 단계”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