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공룡 구글이 아슬아슬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당장 최악의 위기가 닥쳐온 것은 아니지만 내외부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입체적인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반독점소송 점입가경
미 법무부가 구글에 반독점소송의 칼날을 겨눈 가운데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

재판은 미국 38주 법무장관의 공동 소송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구글이 강력한 검색엔진으로 인터넷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반독점 법안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경 ICT 반독점주의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이 주장한 플랫폼 쪼개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부터 심리가 시작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 압박의 최전선에 섰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10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해 구글의  시장 독과점 현상을 직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무려 3시간 30분이나 이어진 증언에서 "지난 7월 기준 구글은 전세계 검색 엔진 점유율 83.4%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인터넷은 오픈웹이 아닌 '구글웹'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구글이 지나치게 많은 검색 점유율을 장악해 모두에게 열려야 하는 인터넷 세계를 구글 제국으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특히 애플 등 핵심 스마트 기기의 기본 검색엔진 설정이 구글로 정해진 것을 두고 "기본 설정이라는 것은 검색 행위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변수"라고 말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스마트 기기의 기본 설정을 장악해 사실상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2020년 구글이 애플 사파리가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 설정'으로 정하는 대가로 최대 70억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구글의 시장 장악력은 지나치게 높아졌고, 이는 오픈웹인 인터넷 세계가 구글 제국으로 변질되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증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증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글도 반격에 나섰다. 선다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CEO는 10월 30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출석해 MS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금의 구글에 우호적인 시장 지형은 말 그대로 구글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그는 "구글은 일찍부터 이용자가 웹을 사용하는 데 있어 브라우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2008년 크롬이 출시되었을 때 당시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도전했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매년 또는 2년에 한 번 업데이트를 제공했지만, 크롬은 6주마다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선다 피차이 CEO는 "구글이 항상 소비자들의 편에 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이나 애플의 기기에서 구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제조사에게 전달한 자금이 알려진 것처럼 70조원이 아닌 2021년부터 최근까지 35조원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는 미 법무부의 자료와 일치한다. 

다만 선다 피차이 CEO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자체는 구글에 우호적이지 않다. 구글이 '고객을 위해'라는 입장을 내세우기는 했으나 결국 시장독과점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구글 쪼개기로 이어질 수 있는 뇌관은 여전한 셈이다.

무엇보다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허용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눈을 번뜩이고 있다. 최근 빅테크의 인수합병 행보에 제동을 걸지 못하며 체면을 구긴 미 FTC에게 구글 반독점소송은 일종의 '명예회복 기회'다.

메타의 인스타그램 합병, 최근에는 아마존 물류 서비스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가운데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미국 FTC 위원장이 구글 압박의 새로운 카드를 뽑아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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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계속된다
구글의 미래 전략 중 핵심으로 여겨지는 AI 로드맵도 비상이다. 오픈AI의 챗GPT 열풍에 대응해 부랴부랴 바드를 필두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공개하고 있으나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포털 존재감에 착안한 구글만의 전략을 보여주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주변 환경 자체가 녹록치 않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0월 30일(현지시간) AI 산업 발전 정책과 규제 방안을 동시에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명령은 민간 개발사가 AI를 개발할 때 테스트 결과 등을 연방정부에 보고하는 것이 골자며, 이는 구글을 비롯한 AI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국가 안보·경제·공중보건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 모델은 개발·훈련 단계부터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 자체가 민감하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도 영향을 받겠지만, 오픈AI에 대항해 AI 전략에서는 다소 뒤쳐진 것으로 알려진 구글 입장에서는 행정명령 파괴력이 더 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오픈AI 경쟁사인 엔스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분 49%를 확보하는 등 판을 흔들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구글은 후발주자의 설움을 톡톡히 느낄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의 기초체력도 불안하다. 알파벳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3분기 매출이 766억 90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이 1.55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759억 7000만달러와 1.45달러를 넘어서는 호실적을 거뒀으나 내실은 허약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호실적을 거뒀을 뿐이라는 혹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예상치인 86억 4000만달러에 못미치는 84억 1000만달러에 그친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힘을 더한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알파벳 주가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구글 자체에 대한 '악마적 프레임'이 강해지는 것도 논란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여전히 애플과 함께 인앱결제 논란에 갇혀있다. 지역 법인의 세금 탈루 및 고의적 매출 축소와 관련된 갑론을박도 여전하다. "악마가 되지말자"는 구글의 슬로건이 무색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