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질문]

어제 저희 회사에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소에 사이가 안 좋은 두 직원이 서로 욕설하고 멱살잡이까지 하는 일을 벌였습니다. 회사는 소동을 일으킨 직원들에게 시말서제출을 명령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직원이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시말서제출도 거부한다. 징계위원회가 열려도 가지 않겠다”며 오히려 대들고 있습니다. 시말서 불제출, 징계위원회 불참석을 이유로 추가 징계가 가능한가요?

[노무사의 답변]

시말서란 1) 사고나 비위행위에 연루된 근로자가 사실의 확인, 일의 경위·전말을 자세히 적어서 제출하는 “경위서”를 의미하는 경우와 2) 사고를 일으킨 직원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반성문”을 의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먼저 회사는 직원에게 왜 시말서제출을 거부하는지 그 속 마음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어떤 직원들은 시말서제출 자체가 징계라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음)

그 이후 1) 시말서제출이 반성문제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2)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서 시말서가 필요함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용어도 “시말서”라는 용어보다는 “경위서”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만약 직원이 제출을 거부한다면 원래의 사건과 별도로 “경위서제출 거부”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근무 중 사건·사고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는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에 내재하는 신의칙상 의무로서 회사의 조사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경위서 제출은 이러한 근로자로서의 의무이행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불응은 근로의무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서울행정법원도“폭력사건에 대한 경위서 제출요구에 3차례나 블응한 점 등...(중략) 징계처분이 부당하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경위서를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받든 안 받든 관계없이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은 시말서를 회사에 제출하여야 한다”라는 회사 규정에 따라 징계가 확정된 후에 직원에게 시말서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징계 확정 후 시말서제출”도 문제된 사건에 대한 전말과 당사자 소명 수준의 경위서 차원이라면 이는 회사의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해석되므로 여기에 불응한 직원에 대해서 별도 징계를 할 수 있으나, 만약 그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받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한다면,“이런 회사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으로서 그 효력이 없고 이에 근거한 회사의 시말서제출 명령도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볼 수 없으므로 불제출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물론 그런 규정의“양심의 자유 침해”여부는 근로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한편, 징계위원회 출석을 회사가 직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를 ‘업무상 명령’이라 볼 수 없으므로 징계위 출석을 거부했다 해서 이를 별도 사유로 삼아 징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서울고등법원 판단이니 참고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