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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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산 전기버스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 사고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원인으로는 중국산 배터리의 빠른 노후화가 꼽혔다.

카이즈유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 1514대 중 44.6%인 675대가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현재 판매량 1위인 현대차 일렉시티를 바짝 뒤쫒고 있는 모델도 중국 업체 하이거가 생산한 하이퍼스다. 

국내 운송 업체가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연 낮은 가격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비해 1억원 이상 저렴하다. 긴 주행거리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버스는 한국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버스 국내 점유율은 2019년 23.9%, 2020년 33.2%, 2021년 38.7%, 2022년 41.8%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문제는 가파른 성장세와 반대로 품질 측면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당산역 근처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중국산 전기버스 사고가 발생했다. 9월에는 오르막길을 오르던 중국산 전기버스가 시동이 꺼져 뒤로 미끄러지며 승객 17명이 경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중국산 전기버스 사고가 빠른 배터리 노후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관점이 제시됐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분석에 따르면 전기버스는 일일 운행 시간 및 거리가 길어 일반 전기 승용차에 비해 노후화가 빠르게 발생한다. 일정 기간 이상 자동차를 운행하게 되면 사용하게 되면 배터리 품질도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은 이런 전기버스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겪고 있었다. 후베이성에 위치한 황시시 버스회사는 아시아스타에서 2019년 구매한 전기버스 142대 중 116대의 배터리가 2년만에 노후화되어 운행이 불가하다며, 302만 위안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전기버스의 권장 배터리 교체 시기는 4-5년이지만 중국산 전기버스의 경우 더 빠른 주기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을 전후로 전기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우리나라의 경우 배터리 노후화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전기버스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 버스 운영회사가 외국 버스 제조사와 국제소송을 진행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전기버스 제조사에 품질 문제 관련 사전적, 사후적 책임 이행을 담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