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급격한 가격 조정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과 26일 이틀동안 에코프로(-18.24%)를 포함한 국내 이차전지 대표 종목들은 모두 10%대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7월 26일 장중 153만9000원을 기록하며 이차전지 대장주로 불렸던 에코프로는 지난 27일 기준 63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 만에 58.74% 감소한 셈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도 25~26일 이틀 만에 15.07% 하락했다. 지난 8월 28일 34만9000원에 달했던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26일 20만원선을 하회하는 19만96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61만4000원을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도 이틀 만에 11.14% 급락하며 지난 26일 39만9500원을 기록했다. 7월 기준 63만원을 넘어섰던 POSCO홀딩스 역시 11.40% 하락하며 40만원 초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베터리 셀 제조사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인 금양(15.7%), 삼성SDI(12.24%), SK이노베이션(11.91%), 포스코퓨처엠(19.1%) 등도 줄줄이 급락했다.

주요 이차전지 종목이 급락하자, 이차전지 ETF의 손실률도 덩달아 커졌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 누적 순매수 1위를 기록한 ‘TIGER 2차전지소재Fn ETFS’는 이달 들어 19.01% 하락했다.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 Fn’과  ‘KBSTAR 2차전지TOP10’도 각각 18.95% , 18.64% 하락했다.

반면 2차전지 업종을 역으로 추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는 같은 기간 20.74% 급등하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 사진=연합뉴스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 사진=연합뉴스

이차전지주, 4Q 전망도 ‘흐림’

이들 종목이 힘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재료 리튬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의 하락은 양극재 판가를 인하해 실적 부진을 야기한다. 아울러 3분기 순이익이 44% 급락한 테슬라의 어닝 쇼크와 제네럴모터스(GM)의 전기차 생산 목표치 하향 등 이차전지의 활용처인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주 전반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인 것은 국내 배터리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온 GM이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춘 영향이 컸다. 그간 시장의 우려였던 전기차 수요 둔화, 생산 감소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라며 “전기차의 경우도 이미 높은 성장률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최근에 전기차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도 들리고,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보니 가격 이슈와 양극재 소재 이익에 대한 이슈 등에서 이차전지주가 민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4분기에도 2차전지주가 반등할 가능성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유안타증권 이안나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기업들에게 중요한 OEM 사 중심 2024년 EV 수요 둔화를 우려한 생산 모델 및 생산량 목표 지연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 당선 가능성,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원재료 조달 등 2024년은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수출 가격이 3분기 -15.4% 하락했고, 4분기에도 추가로 5~10%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모바일용 D램 LPDDR5T.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모바일용 D램 LPDDR5T. 사진=연합뉴스

대안처 찾는 개미들, 여기로 갔다···“I AM 반도체”

이차전지주가 급락하자, 최근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새로운 투자 대안처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삼성전자를 1405억5324만원 매수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도 619억6095만원 순매수되며 매수 규모 상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달 4일부터 18일동안 13.34%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키움증권 박유악 애널리스트는 “사이클의 선행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4분기 큰 폭의 가격 반등이 나타나며 분기 실적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부연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TSMC, ASML, LRCX의 코멘트는 향후 반도체 업황의 개선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들 업체들의 컨콜 내용을 정리하면 메모리 WFE 투자 감소 지속, PC 및 스마트폰 수요 회복의 초기 징후 관측, 선단 공정 위주의 수요 증가, 재고레벨의 감소 등으로 요약된다”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속도로 회복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아 있어 이에 따른 주가 등락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클의 회복, 특히 메모리 사이클의 회복이라는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SK증권 한동희 애널리스트도 “4분기 메모리 고정 가격 반등에 따른 실적 회복 가속화를 전망한다”며 금리 인상이 시장의 할인율을 높이는 구간이라면, 단기 전망의 주가 반영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적 회복이 시작된 메모리 업종 센티먼트의 상대강도는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아웃퍼폼 의견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같은 증시 상황에서 특정 섹터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주식의 현물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바닥에서 살짝 반등한 것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황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지만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