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2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여는 가운데 온디바이스AI 전략의 큰 흐름도 선명하게 포착되고 있다. 클라우드로 연결된 일반적인 AI가 아닌 디바이스 내부의 AI 구동을 통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골자다. 최초로 멀티모달을 지원하며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인화 전략이 눈길을 끈다. 클라우드와 연결되지 않은 온디바이스AI의 특성상 방대한 파라미터를 다루지는 못해도 디바이스 내부의 개인 데이터를 활용,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개인화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이 새롭다. 

이러한 온디바이스AI의 개인화 전략은 여러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묶이는 통합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모든 것 품겠다는 의지"
웹2.0의 모바일 시대가 열리자 많은 플랫폼들은 수요와 공급을 조율하며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메가 플랫폼들은 다양한 서비스들을 흡수하며 몸집을 키우기도 했다. 이용자가 자신의 생태계로 들어와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가두리 양식장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해외의 경우 아마존 등이 대표적인 사업자들이다.

다만 최근에 이르러 이런 방식은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은 이용자들에게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 영역 확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간편결제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마중물로 삼아 자사의 메가 플랫폼을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으로 만들고 있지만 시장 독과점을 비롯한 규제 리스크, 나아가 현실적인 확장의 한계에 부딪쳐 그 이상의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각각의 슈퍼앱들은 쇼핑이나 여가 등 특정 영역만 장악하는 선에서만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트렌드가 부상하며 플랫폼 전략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AI 비서가 슈퍼앱을 노리는 플랫폼들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이용자 본인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니즈를 파악해 '큐레이션'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당장의 완전한 메가 슈퍼앱은 어려워도 최소한 AI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를 더욱 내밀하게 잡아둘 수 있는 매력 포인트로는 충분했다.

AI 시장 트렌드 중 하나인 '연결 솔루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텍스트나 음성 등을 통해 AI 비서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는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영화관을 찾아낸 후 어떤 영화가 나오는지 확인한 다음 이동 경로를 파악해줘"라고 명령할 경우 AI 비서가 서울시 강서구 지도를 본 다음 영화관을 찾은 후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자동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지아드 아즈가(Ziad Asghar) 퀄컴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 사진=최진홍 기자
지아드 아즈가(Ziad Asghar) 퀄컴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 사진=최진홍 기자

개인화가 더해진다면
온디맨드 방식의 모든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슈퍼앱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적절한 안전장치를 걸어야 하지만 플랫폼 사업의 본질이 곧 시장 과점이라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이런 가운데 AI, 특히 생성형AI의 등장은 플랫폼 영역 확장의 또 다른 카드가 된다. 무엇보다 '연결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며 그 파괴력은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다만 여기서 "AI가 개인화 전략을 추구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AI가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해 '제안' 이상의 작업을 한다면?"이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영화관을 찾아낸 후 어떤 영화가 나오는지 확인한 다음 영화를 예약하고 이동 경로를 파악해줘"라고 명령할 경우 영화관 위치를 찾고 내비게이션 경로만 안내하는 제안이 아니라 내 선호취향을 파악해 실제 영화를 예매하고 영화관으로 찾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교통편도 직접 선택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최소한 선택의 여지는 남겨둔 상태로 AI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나의 일상에 더 내밀하게 들어오는 순간이다.

퀄컴 온디바이스AI 전략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AI가 디바이스에 쌓여있는 결제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외부 유출없이 효율적으로 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자 앱과 API 연동만 가능하다면,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내며 작업을 처리하는 일반적인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들이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

퀄컴도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아드 아즈가(Ziad Asghar) 퀄컴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은 2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저녁 외식을 준비할 때 레스토랑 추천앱 옐프(Yelp)에 들어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레스토랑을 확인한 다음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한 후 내비게이션으로 이동하는 번거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그런데 만약 '5마일 이내에 평점 별 다섯 개를 받은 한국음식이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해 주세요'라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과정을 단박에 수행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편리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서밋 현장에서 실제 AI를 통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을 시연하기도 했다. 물론 AI가 '내밀한 수준'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으나 개인화된 온디바이스AI가 얼마나 이용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나아가 해당 플랫폼이 어디까지 똑똑해질 수 있는지는 여실히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다양한 디바이스를 묶는 스냅드래곤 심리스 등을 통해 입체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의외의 불꽃이 튈 여지도 있다.

사진=퀄컴
사진=퀄컴

모빌리티 플랫폼의 꿈, 온디바이스AI 퀄컴이 이룰까?
슈퍼앱의 종류는 많지만, 다양한 솔루션을 단일 플랫폼에 묶어 이용자들에게 유기적인 '제안 이상의 개입'을 추구하던 대표적인 곳이 바로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전 우버는 UAM과 자율주행차, 퍼스널 모빌리티 및 택시, 대중교통 등을 하나로 묶은 후 단순한 이동경로 제안을 넘어 실시간 교통상황 등을 파악해 이용자의 이동에 더 깊숙히 개입하려는 전략을 구상한 바 있다.

다만 모빌리티 영역도 현 상황에서는 '제안 이상의 개입'을 성공시킨 사례가 드물다. 그러나 네이버와 토스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KTX 예매를 지원하는 등 의미있는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 퀄컴의 온디바이스AI가 초개인화 전략에 성공한다면, AI를 통한 '제안 이상의 개입'을 통해 입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