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공사중’이다. 용산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시동을 걸며 해당 지역의 ‘스카이라인’은 물론 주변상가, 아파트 시세 등 투자 지도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태세다. 강철호 한국비즈니스정보 CEO를 만나 주요 개발프로젝트가 몰고올 파급효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편집자 주)

미래는 두 가지이다. 예측할 수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적어도 강철호 한국비즈니스정보 사장이 보기에는 그렇다.

지난 2005년 미국 남부 해안지대를 급습한 ‘카트리나급’의 허리케인이 다시 이 지역에 불어닥칠 시기를 내다보는 일은 미지의 영역에 속한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미국발 금융위기가 재차 터질 시기를 관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당장 미국 경제 회복이 ‘더블딥(W)’ 양상을 띠게 될지, 아니면 ‘브이자(V)’로 움직일지도 미지수이다.

강 사장은 하지만 ‘예측이 가능한 미래’도 있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미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줄을 잇게 되면 미 증시의 수급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갈릴레오 사망 500주년인 올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 행사들이 줄을 잇고 망원경 판매가 예년에 비해 증가할 개연성도 크다.

강 사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바로 이러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이다. ‘돈맥(錢脈)’을 바꿀 변화가 관심사이다. 강 사장이 오는 2010~2020년 10여년 동안 진행될 민·관 프로젝트에 주목한 배경이다.

“투자자들이 의외로 개발 프로젝트의 일정, 진행 상황, 세부내역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놀랐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집대성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미래에 떠오를 지역을 엿볼 수 있는 ‘풍향계’이다. 해당 지역의 도심 랜드마크는 물론 주변의 상가, 아파트 시세, 도심의 외관 변화의 ‘이정표’이기도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파급력 가장 커
강 사장이 투자지형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프로젝트로 첫손가락에 꼽는 공사가 바로 ‘용산국제 업무지구’이다.

“서울에서 개발되는 수많은 지역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을 꼽으라면 바로 용산입니다. 서울역을 비롯한 명동, 광화문, 종로 등 서울도심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마포 일대와 한남·이촌 등 대규모 주거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 한강만 건너면 바로 강남권과도 연결이 됩니다.”

‘강남 위에 용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철도차량기지와 미군기지로 대표되던 용산 일대는 서울 최대의 주거·비즈니스 복합타운으로 변모하게 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노들섬, 여의도 국제금융지구를 연결할 모노레일도 들어선다.

그는 용산재개발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주변 유동인구가 하루 38만명, 연간 1억4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리포트를 인용한다.

용산 참사에서 알 수 있듯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지만 가장 파급력이 큰 대형 프로젝트로 용산을 꼽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강 사장이 꼽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 한강 르네상스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강변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 단지는 까다로운 건축규제로 발이 묶여 왔다. 한강 조망권이라는 프리미엄에도 소문만큼 투자가치가 상승하지 못한 배경이다.

“가장 큰 수혜를 볼 지역이 여의도지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여의도 내 거의 모든 아파트가 1970년대 초중반에 지은 노후 아파트여서 재건축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대부분이 ‘높이 완화구역’으로 분류돼 상업·업무지역은 최고층수 제한이 사라지는 점도 호재다.


디자인플라자&파크, 핵심상권 부상
그는 한강변에 위치한 뉴타운지역에도 주의를 환기했다. 한강 중앙부에 있는 한남뉴타운, 흑석뉴타운, 노량진뉴타운, 영등포뉴타운은 한강에서 5km 안팎에 있어 이 프로젝트의 수혜 대상이라는 것.

강동지역의 천호뉴타운도 빼놓을 수 없다. 천호뉴타운에 신축되는 아파트 70%가 한강 조망권이다.

강 사장은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를 꼽았다. 디자인 관련 시설인 ‘디자인플라자’와 디자인 테마공원인 ‘디자인파크’로 구성되는 이 대규모 복합문화산업 시설은 하루 평균 75만명이 찾는 도심의 핵심상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디자인플라자는 지상 4층, 지하 3층에 다목적 컨벤션홀, 전시관, 디자인 박물관 등이 들어서는 디자인산업 종합지원시설로 세워진다.

또 디자인 파크는 전시·공연·이벤트를 포함한 다목적 시민공원으로 조성된다. 그는 인천 파라마운트 무비파크에도 주의를 환기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인근에 들어서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는 미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영화를 소재로 테마파크로 건설된다.

이 영화사의 테마파크가 국제 규모로 해외에 세워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인천송도지구 인근이어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기반도 구축했다.

“2300만 거대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인 단골고객만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일찌감치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사장은 미 마블사의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영상 테마파크인 마블테마파크에도 주목했다. 이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계양구는 검단지구, 삼산지구, 귤현지구, 가정지구, 청라지구 등에 인접해 있다.

이 지역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14개 등 학교가 밀집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이 밖에 부산 롯데타운, 제주 국제자유도시,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광교 파워센터, 남양주 퇴계원 뉴타운 등도 주요 프로젝트로 꼽았다.

강 사장은 일본 광고업체인 베이츠요미코에서 아이치현의 만국박람회를 기획한 광고 전문가 출신이다.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이번에 집대성한 그는 광고 전문가로 일하면서 ‘통섭’의 가치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고 한다. 최근 《2010~2020 대한민국 미래지도》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대표프로젝트를 한눈에 조감하며 트렌드와 더불어 파급효과등을 견주어 볼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