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 모델이 PB제품 ‘우유득템’을 들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 CU 모델이 PB제품 ‘우유득템’을 들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이 ‘미니 마트’가 되어가고 있다. 근거리 소비로 편의성에 중심을 뒀던 편의점이 1인 가구 증가와 가성비 소비 기조에 맞춰 미니 마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23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대표상품인 담배 등 매출은 줄고 식품, 가공식품, 비식품 등 마트와 동일 상품군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 실제 편의점은 2012년 감기약‧소화제‧해열진통제 등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에 이어 최근에는 의류 품목도 확대했다.

이러한 흐름은 업계 1위 CU 조사로도 드러난다. CU에 따르면 편의점 대표 상품인 담배 매출 비중은 ▲2021년 39.5% ▲2022년 37.8% ▲2023년 반기 37.1%로 감소 추세다. 동기간 마트 인기 품목인 식품(12.4→12.8→13.3%), 가공식품(42.5→42.8→43.9%), 비식품(5.6→6.6→5.7%) 등의 상품 매출이 증가 추세인 것과 비교된다.

GS25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올해 1~9월 기준 전년동기 대비 ▲맥주 15.6% ▲과자류(스낵‧쿠키‧초콜릿 등) 30.4% ▲생활용품(지제품, 화장품, 잡화 등) 29.7% 등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마트에서 주로 구매하던 생활용품의 매출 신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30%에 육박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마트24는 고객 수요 증가 전망에 패딩조끼 등 패션상품을 늘렸다.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는 고객 수요 증가 전망에 패딩조끼 등 패션상품을 늘렸다. 사진=이마트24

편의점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우유업계가 흰우유 가격을 올리며 소위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우려에 소비자들의 저렴한 우유 구매 욕구가 높아졌다. 이때 마트보다 편의점 PB(자체브랜드)상품 매출 신장률이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가성비 구매처인 마트 보다 편의점 PB제품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는 수치로 확인된다. 이달 1~9일 편의점업계의 PB 흰우유 매출은 전월동기 대비 ▲CU 48.8% ▲GS25 41% ▲세븐일레븐 40% ▲이마트24 27% 등으로 전월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PB 흰우유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홈플러스 26% ▲롯데마트 20% ▲이마트 6% 등으로 증가했다. 양 유통업계의 비교 기간이 다르나 우유는 매출이 꾸준한 상품으로 신장률의 단순비교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의류 비중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마트24는 편웨어(편의점+웨어) 강화로 타사와 차별화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이마트24는 기존 레깅스와 타이즈 상품에 더해 패딩조끼, 패딩목도리, 발열내의 등 방한 패션용품을 추가해 선보였다. 이마트24는 패션용품 고객 수요가 증가한다는 판단 하에 관련 상품 판매 확대를 결정했다.

편의점의 미니 마트화와 관련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편의점에서 장보는 고객들이 늘면서, 저렴한 대용량 상품 선호 현상이 편의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CU의 초저가 PB상품인 득템 시리즈 등 가성비를 극대화한 새로운 장르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장보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는 1~2인 가구의 증가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이 깊다”며 “해당 가구가 편리하게 이용하고 요구에 맞춰 편의점이 변화해 미니 마트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는 편의점에서 이미 차를 팔거나 하는 등으로 편의점이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 요구에 따라) 편의점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