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폭발로 불에 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 주차장으로 기자가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폭발로 불에 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 주차장으로 기자가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의 폭탄 피해에 대해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2일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장관은 이날 “캐나다 정보사령부가 독립적으로 수행한 분석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병원을 공습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은 신뢰 수준으로 보여준다”며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이 공격이 가자지구 내에서 잘못 작동한 로켓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군은 별도 성명을 통해 알아흘리 병원 단지와 인접 건물 등 일대의 폭발 피해와 현장에 떨어진 탄약의 비행 패턴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군사정보국(DRM)도 알아흘리 병원의 폭발 참사가 이스라엘 공습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발표했다.

DRM은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약 5㎏의 폭약을 실은 팔레스타인의 로켓이 폭발했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공습임을 나타내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DRM은 폭발 지역에서 지름 약 75∼100㎝에 깊이 30∼40㎝의 구멍이 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약 5㎏의 폭약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10㎏은 안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는 폭탄이나 미사일의 최소 폭약 적재량이 이보다 훨씬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5㎏ 수준의 폭약 탑재량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로켓과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알아흘리 병원의 폭발이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PIJ)가 발사한 로켓이 오작동한 결과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 정보당국의 감청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 생중계 영상 등을 근거로 폭발 원인이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무장단체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알자지라도 가자지구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함께 분석해 가자지구 안에서 발사된 로켓은 요격돼 공중에서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켓이 터지고 약 5초 뒤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AP통신과 CNN방송은 해당 병원의 폭발 전후를 담은 영상과 위성 이미지,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 안에서 발사된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했고, 일부가 병원에 떨어지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상에 공유된 사진 및 영상을 보면, 가자지구 안에서 발사된 로켓 한 발이 빛이 보이는 이스라엘 쪽에서 멀어지며 대부분의 전기 차단으로 어두운 가자시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멀리 지상에서 작은 폭발이 보이고 2초 뒤 촬영 카메라 근처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는 데 당시 중계 화면 자막에는 가자지구 시간이 오후 6시 59분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가자지구 안에서 여러 발의 로켓이 발사돼 이중 한발이 공중에서 터졌고 3초 후에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 서방 매체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하마스 등 아랍권은 이스라엘 등 서방의 이같은 주장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지 하마드 하마스 대변인은 AP에 “이번 폭발 원인에 대한 유엔의 조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