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사진 = 인베스팅닷컴
미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사진 = 인베스팅닷컴

미국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연 5.0%대를 넘어섰다. 미 국채 금리는 전세계 자산가격의 벤치마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채권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8%대로 올라선 미국 주담대 금리 수준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5.055%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금리가 5% 위로 올라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무려 16년 만의 일이다.

19일 한국 국고채 10년물 역시 전거래일 대비 1.64%(0.075) 오른 4.362%에서 거래를 마친후 20일에는 4.332%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 국고채 금리는 3개월 전 대비 이미 21.11% 오른 수준이지만 미국채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고점인 4.5% 위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회사채 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들의 조달 비용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3.5%)를 6연속 동결했음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이유다. 현재 상단 7%대인 주담대 금리가 8%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달 1일부터 19일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은 5조1300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말까지 10일가량 남은 시점에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 4조6800억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사진 =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사진 = 연합뉴스

은행들이 채권발행을 늘리면서 가산 금리도 올라가고 있다.

이달 19일 KB국민은행이 발행한 1500억원 규모 1년 만기 변동금리부 무보증사채(AAA)의 가산금리는 45bp에 달했다. 8월 초 대비 28bp 급등한 수준이다. 같은날 기준 신한은행의 1200억원 규모 1년 만기 변동금리부 사채(AAA)의 가산금리도 45bp에 달했다.

변동금리와 연동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3.66%) 보다 0.16%p 올랐다. 올해 최고점인 1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지난 19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4~7.134%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고정금리(금융채 5년)도 4.14~6.584%로 집계됐다.

지난해 채권시장 경색 사태로 금융권에서 대거 판매한 100조원 규모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의 재유치를 위한 수신경쟁에 돌입할 경우 주담대 금리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달까지 연 3.6~3.7%였던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9일 기준 연 4~4.05%로 올라선 상태다.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의 금리정책도 긴축강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금리 부담을 내년에도 상당 기간 지고 가야될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중 5명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해 긴축 강도를 올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 국채금리 등 대외 금리 급등세로 우리나라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의견으로 풀이된다.

국채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리스크 및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내고 "고금리와 경기부진으로 자산의 대손인식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조달시장의 주변환경은 약화되고 있다"며 "최근 일부 금융업종의 자산확대가 재개되고 있는데 향후 여신의 건전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조달시장의 발행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는 특히 고금리 예금 만기도래 부담, 공공기관 발행증가 우려, 랩신탁 부문수요 위축, 작년 고금리로 발행했던 단기채권(금융채) 차환물량 지속, 공자기금 회수 우려, 내년 주가연계증권(ELS) 낙인 물량의 만기도래 등 채권 시장에서 수급상 여러 불안요인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