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조만간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열어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전격 공개하는 가운데,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전반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냅드래곤8 3세대. 사진=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사진=퀄컴

모바일AP 전쟁 벌어진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시리즈로 잘 알려진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실질적인' 최강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29%를 차지해 30%의 미디어텍에 이은 2위지만, 프리미엄 기기에 주로 탑재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과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저가 공세에 힘입은 대만 미디어텍이 시장 점유율을 극적으로 올리기 전인 2019년까지는 줄곧 1위였다.

앞으로는 어떨까. 조만간 공개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의 성능 및 채택율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단은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긱벤치 6.1의 싱글 코어 및 멀티 코어 테스트에서 각각 2233점과 6661점을 기록하는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밝혀질 계획이지만 현재까지는 분위기가 좋다.

다만 스마트폰 큰 손인 삼성전자의 행보가 심상치않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오랜 파트너지만 최근까지는 분위기가 미묘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물량을 제공하던 퀄컴이 2021년부터는 TSMC와 협력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2에서 삼성전자가 퀄컴의 게임 리그인 스냅드래곤 프로 시리즈의 메인 스폰서가 되고 XR 측면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는 했으나, 예년만큼 양사의 시너지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다. 파운드리 물량이 대거 빠졌으나 오히려 지난해 말 공개된 스냅드래곤8 2세대 채택 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2021년 게임최적화서비스(GOS)사태가 트리거였다. GOS 사태로 엑시노스가 '발열을 잡으며 기기 성능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기능'에 한계를 보이자 삼성전자는 갤럭시S23에 엑시노스 2300을 배제하고 퀄컴 스냅드래곤 8 2세대로만 채우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인 퀄컴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도 자사의 엑시노스 2300을 양산하지도 못한체 그 빈자리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2세대에게 넘긴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중국 UNISOC에도 밀려나며 7%의 점유율로 5위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질 전망이다. 절치부심하며 엑시노스 2400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에서 열린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를 통해 초지능화(Hyper-Intelligence)·초연결성(Hyper-Connected)·초데이터(Hyper-Data)를 품어내는 엑시노스 2400을 등판시켰다.

전작 대비 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지난 2년간 14.7배 대폭 향상됐으며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과 함께 글로벌 일루미네이션(Global Illumination), 리플렉션/쉐도우 렌더링(Reflection/Shadow Rendering) 등 다양한 첨단 그래픽 기술까지 탑재시켰다. 향후 스마트폰에 적용될 문자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새로운 생성형 AI 기술까지 선보였다. AMD의 GPU를 탑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스냅드래곤8 3세대 공개 초읽기에 들어간 퀄컴 입장에서는 엑시노스 2400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S24에 얼마나 물량을 탑재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모바일 AP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4에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그 물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등 일부 지역에만 엑시노스 2400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이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갤럭시S24에 엑시노스 2400 물량을 파격적으로 책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분위기가 미묘하다. 내년 엑시노스 2400이 선전하며 그 위력을 인정받는다면 퀄컴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구매 비용은 5조7457억원에 달했다.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2400를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면 스냅드래곤8 3세대 이후의 흐름은 예측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한편 삼성전자와 퀄컴의 모바일 AP 협상이 파운드리 협력에도 겹쳐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도 나오지만, 이는 명확히 다른 영역에서의 독립적 정책 판단의 문제라 현실성은 없다. 

대만 신주 바오산 지역에 건립 중인 2나노 공장을 2025년 2분기에나 완공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TSMC의 스텝이 꼬이고는 있다. 그러나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결별하고 TSMC의 손을 잡은 직접적인 배경은 수율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여지는 있지만 파운드리 측면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