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riture No.190403, 2019. 출처=조현화랑
Ecriture No.190403, 2019. 출처=조현화랑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1931~2023)화백의 마지막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연초 자신의 SNS를 통해 폐암 투병 소식을 전한 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다가 10월 14일 타계했다. 이 때문에 이번 개인전은 사실상 유작전(遺作展)이 되었고, 전시기간은 12월 3일까지로 연장되었다.

부산 조현화랑 달맞이점과 해운대점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는 총 35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 가운데 묘법 연작이 25점이다.

Ecriture No.200404, 2020. 출처=조현화랑
Ecriture No.200404, 2020. 출처=조현화랑

묘법(描法)은 회화에서 점이나 선으로 사물을 묘사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하지만 박서보의 ‘묘법’은 연필로 캔버스 위에 무한반복으로 선을 긋는 행위로서, 수도승의 수행과 다를 바 없었다.

연필긋기 작업은 네살박이 둘째 아들이 모눈종이에 낙서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1967년 첫 작품이 나왔고, 1969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생애 첫 개인전을 통해 세상에 선보였다.

도쿄전에서 박서보는 연필긋기 시리즈 작업에 ‘묘법’이라는 제명을 붙였다. 영어로는 묘법과 무관한 듯한 단어 ‘Ecriture(글쓰기)를 달았는데, 프랑스 작가 롤랑 바르트의 저서 <글쓰기의 0도>에서 영감받았다고 전한다.

2018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200만달러에 낙찰되며 그의 성가를 한껏 높인 작품 역시 1976년작 묘법시리즈 ‘№ 37-75-76’였다.

이번 부산 전시회에서는 세라믹 묘법 6점, 판화 작품 15점과 함께 작가의 미공개 최근작 12점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 아트 작가인 손자 박지환이 박서보의 2010년작 ‘연보라 묘법’을 디지털로 재해석한 초대형 비디오 작품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