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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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 수수료 인상 문제를 놓고 유료방송과 홈쇼핑업체간 수수료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업계가 축소되는 가운데 송출수수료가 계속 올라 결국 사업을 접을 위기에 몰렸다고 호소한다.

19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NS홈쇼핑과 LG유플러스의 송출수수료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수수료 효과 검증을 요청하는 대가검증협의체 철회로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대가검증협의체는 과기정통부 중재를 요청하는 것으로, 이의 철회는 양측이 계약에 원만히 합의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은 송출수수료 갈등도 해결이 눈앞이다. 이날 마지막까지 남은 갈등 요인인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KT) 송출수수료 문제도 해결 조짐을 보여서다. KT측이 과기정통부에 대가검증협의체를 요구하며 합의 가능성이 열렸다. 양측이 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오는 20일 사상초유의 방송 송출 중단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이야말로 본싸움이라는 전망이다. 해묵은 송출수수료 논란이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시장 먹이사슬 말단에 위치해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그동안 매출이 좋은 홈쇼핑사에서 수수료를 높여 받으며 인터넷망 투자비용 등을 충당해왔다. 과기정통부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으나 묵인해왔다는 홈쇼핑업계 주장이다.

유료방송업계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먼저 TV 시청 인구가 줄며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쇼핑채널을 TV로 보는 장년층에 비해 20~30대는 OTT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경우가 늘었다. 홈쇼핑업계 입장에서도 젊은 고객층 유인을 위해 쇼핑을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할 수 있게 하는 등 방송 중단 대안이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콘텐츠 재송출 수수료 등은 증가해 비용만 더해지는 상태다. 홈쇼핑업계는 이를 과도한 수수료 부담으로 홈쇼핑사에 전가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홈쇼핑사들은 송출수수료에 허덕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22년 12개사(홈쇼핑 7개+T커머스 5개)의 매출 64.9%가 송출수수료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출수수료는 2019~2022년까지 49.6→53.1→58.9→64.9%로 늘었다. 해마다 약 8%가량 증가한 셈이다.

사진=한국TV홈쇼핑협회
사진=한국TV홈쇼핑협회

반면 홈쇼핑사 지급여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시장 축소에 따라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사의 모든 플랫폼에서 판매된 상품가 총액을 이르는 ‘전체 취급고’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9조4472억→20조4423억→21조6313억→21조9771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21조7776억원으로 2021년 대비 소폭(0.9%) 감소했다. 동기간 증감률은 3.9%→5.1%→5.8%→1.6%→-0.9% 등으로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지만 유료방송사업자는 계속해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 같이 VOD수신료, 방송광고매출 등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익 창출원이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한정돼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IPTV사업자의 2019~2022년 홈쇼핑 송출수수료 비중(의존도)은 23.5→25.8→28.56→30.22%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기준 IPTV 방송사업매출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비중은 약 3분의 1에 달할 정도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세상이 변하며 홈쇼핑이 축소됐다. 20년간 먹여 살렸지만 이제는 안 된다”며 “유료방송사업자나 홈쇼핑 모두 사양사업, 현금카드 삼아 우아한 생활을 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도 “홈쇼핑 방송이 중단된다면 계약 종료로 인해 송출이 중단되는 것일 뿐”이라며 “공중파도 아닌 쇼핑 방송 채널의 방송 중단을 시청권 침해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케이블, IPTV 등도 홈쇼핑업계에 지나치게 기대던 수익 구조를 변화 시킬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