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사진 = 김호성 기자.
한국거래소. 사진 = 김호성 기자.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발(發) 긴축 장기화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중동 전역의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10~13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47.42포인트(1.97%) 상승한 2456.15에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기관이 1조30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221억원, 5750억원 순매도했다.

이번주(16~20일)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 결과를 주시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추이와 여파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 금리, 유가 등 주요 경제 지표. 자료 = 신한투자증권.
미 국채 금리, 유가 등 주요 경제 지표. 자료 = 신한투자증권.

주요 증권사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 충돌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하면서, 그 이유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무력 충돌을 시작한 주체는 하마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인 '파타'는 다른 입장) 모두 산유국이 아니라는 점과 ▲미국, 사우디, 이란 등 이해 관계국들이 확전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이라는 점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국지전 수준에서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는 점 등을 꼽았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중국 견제와 우크라 지원에 집중하고 있고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했지만 하마스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은 제재 강화를 인식해 배후설을 부인하며 한 발 빼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이해관계국의 태도로 미뤄볼 때 국지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참고로, 이슬람교는 무함마드의 후계자를 누구로 보는지에 따라 수니파(사우디를 위주로 중동 대부분 국가는 수니파, IS 등장 이전까지는 온건파로 분류되기도 함)와 시아파(이란, 헤즈볼라, 이라크 및 바레인 등의 인구 일부)로 나뉜다.

이스라엘을 없애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고 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정당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두 국가가 공존하자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추구하는 온건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파타)와는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다.

하마스 역시 수니파에 해당해 시아파인 이란, 헤즈볼라와는 종파가 다른 무장단체이긴 하지만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다는 공통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 이같은 구도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을 두고 중동국가들의 셈법도 간단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갑작스런 중동지역 전쟁 리스크가 등장했지만 경계감은 제한적이이었다"며 "주변 산유국의 전쟁 참여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이전 수준까지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주식시장이 충분히 조정받은 만큼 악재보다 호재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증권사가 아닌 은행의 진단은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신한은행은 보고서에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터지자 금융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단기전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도 있었던 만큼 중동 지역의 무력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주변으로 확산될지 여부를 계속 쳐다 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담았다. 

주말 앞두고 상황 급변...WTI, 100달러 돌파하나

사진 = 이스라엘군 웹사이트 캡처.
사진 = 이스라엘군 웹사이트 캡처.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군사작전을 예고한데 이어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가 언제든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중동 리스크가 커졌다.

1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6%대 가까이 급등했다. 증시에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다소 수정해야 할 변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CNN을 비롯한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명에게 남쪽으로의 대피령을 내렸다. 가자시티 내 이스라엘 군인 대규모 군사작전을 하면 격렬한 시가전으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에 개입할 의사를 밝혔다. 훈련된 전투병력 10만명으로 추산되는 헤즈볼라가 개입할 경우 이 무장단체와 동맹인 이란은 물론 러시아, 시리아까지 줄줄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헤즈볼라 2인자 나임 카셈은 레바논 남부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헤즈볼라는 계획에 따라 계속 전쟁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완전히 준비돼 있고, 행동할 때가 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국가, 유엔 특사 등이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청해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의무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감자 교환 협상 타결 등 관계 개선 분위기를 탔던 미국과 이란간의 갈등도 격화될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과의 수감자 교환 협상 때 동결을 해제해 한국의 은행(우리은행, 기업은행)에서 카타르의 은행으로 이전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약 8조원)을 또다시 동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에 대한 미 정치권의 강경 입장이 반영된 조치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이란 역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 전쟁 범죄, 가자 지구 포위가 계속되는 국면에서는 또 다른 전선 형성이 진짜로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모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 출처=RT
항공모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 출처=RT

이같은 지정학 리스크를 반영하며 6% 가까이 급등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깰지 주목된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규제를 위반한 업체를 제재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8달러(5.77%)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월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월가의 투자은행(IB)이 전망했던 '유가 100달러 돌파' 가능성에 또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이후 국제유가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강경 스탠스로 전환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의 0.5~1%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며 "최근 전세계 원유 수급이 공급 부족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란 원유수출을 제재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투자자들도 유가 방향에 무게를 두고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10월 4일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시장에서 상승률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흥구석유의 수익률이 27.72%로 LS네트웍스, 씨케이에이치에 이어 3위다.  미래생명자원, 대성에너지, 한국석유, 중앙에너비스 등도 모두 1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승률 상위 종목 20위 안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저장시설 공격으로 인해 상승한 곡물관련주 미래생명자원을 빼면 대부분 원유 또는 가스 관련주다.

이 기간 상승률 상위주를 보면, 베트남 국영 석유 가스 기업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PTSC가와 해저케이블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에 힘입은 LS전선아시아 및 관계사들, 곡물테마, 에너지 테마주들이다. 엑슨모빌(XOM)을 비롯해 쉐브런(CVX), 옥시덴털 페트롤리움(OXY)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 주가 상승에 3배 레버리지 이익을 거는 ‘마이크로섹터스 US빅오일 3X레버리지’(NRGU)를 비롯해 고위험·고수익 상장지수증권(ETN)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저점 대비 비교 지표 및 외국인 선물 환매수 추이 등. 자료 = 신한투자증권.
코스피·코스닥 저점 대비 비교 지표 및 외국인 선물 환매수 추이 등. 자료 = 신한투자증권.

최근 긴축 우려를 덜고 외국인 선물 환매수가 유입됐다. 선물 환매수는 외상으로 선물을 매도한 상태에서 보유중인 계약수만큼 반대 포지션을 매수함으로써 계약수를 영(0)으로 만드는 계약청산 행위다.

신규매도한 선물계약을 청산하기 위해 반대매수인 환매수에 나서면 미결제 약정은 줄게 되고 통상적으로 이같은 상태는 시장의 상승 또는 하락에 베팅하기 보단 일단 계약 청산후 관망해 보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코스닥 시장에서 연일 순매도를 이어온 개인투자자들이 12일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개인 양도세 및 신용상환 매물 부담도 다소 줄었다는 분석이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다소 완화된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 대다수가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했지만 일부 위원은 인상 불필요성을 주장했다"며 "견해가 엇갈렸다는 것은 최근 비둘기(온건적 금리정책) 발언을 지지하는 배경으로 해석됐다"고 언급했다.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CPI) 반등했으나 선행지표인 유가 하락에 좀 더 주목하면서 금리 부담을 일부 덜었다.

증권가는 이번주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 실적 시즌에 진입하면서 증시 투자자들의시선은 금리에서 기업들의 펀더멘털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평택캠퍼스'.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평택캠퍼스'. 출처= 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뛰어 넘으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3분기 영업이익 7000억, 분기 최대)의 실적을 발표하며 2차전지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13일 장마감 이후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에코프로그룹주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번주 증시가 시작되는 16일 오전장에서 2차전지주들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장 마감 이후 공시였지만, 13일 장중 이미 3%대 이상 하락을 하며 악재가 일부 반영이 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잠정 실적 공시일에 공시가 장중에 나오지 않을 경우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19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 등의 이유로 예상을 뒤집고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이를 가정할 경우 반도체, 바이오 등 업황 개선과 이벤트 위주 업종으로의 투자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 볼 만 하다.

20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메모리 테크 데이'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 소개와 관련한 전략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어 반도체 업종에 훈풍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4일에는 유럽종양학회(ESMO)가 개최된다. 비소세포폐암 관련임상 연구가 주목받는 가운데 ADC(항체약물접합체), AI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연구 분야도 관심 영역이다.

특히 항체에 약물을 접합하는 ADC 기술은 단일 클론 항체의 특이성과 세포독성 약물의 효능을 결합한 표적 암 치료법이다. 기존 화학요법과 비교해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ESMO에는 유한양행, 루닛, 에이지비엘바이오, HLB, 신라젠, 지아이이노베이션, 티움바이오, 싸이토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메드팩토, 큐리언트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펀더멘탈 개선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만한 연구 결과들을 갖고 있는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