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이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오는 10월 14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이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로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경기침체 등 자동차 업황에는 불리한 큰 악재들을 마주했다. 정 회장은 철저한 미래지향 혁신을 주도하며 위기들을 돌파했고, 더 나아가 현대차·기아를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계 탑 클래스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세계적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는 지난 1월 정의선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2023)’로 선정했다. 선정의 이유에 대해 모터트렌드는 “자동차 기업 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정 회장의 뛰어난 경영 역량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는 최근 몇 년 동안의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성과들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글로벌 차량 판매 3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순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상 최대 이익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기록했다. 

선택과 집중·체질 개선, 질적 성장 실현  

정의선 회장의 역량은 재임 기간 현대차그룹이 기록한 실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수급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안정한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5000대(2022년 대비 2.7% 증가)의 차량을 판매하며 판매량 기준으로 사상 최초로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전세계 시장에서 366만대가량의 차량을 판매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4위인 스텔란티스와의 격차를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벌렸고, 해외 판매 증가율(9.9%)은 글로벌 1위인 토요타(0.6%)를 압도했다.

질적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의 4조4612억원보다 약 3.8배 늘어난 액수다. 올해도 매분기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도요타와 GM을 제치고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2위에 올랐으며, 2분기에는 7조641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적극적 부품 수급 노력과 부품 상황에 기반한 탄력적 생산 운영으로 경쟁사 대비 차량 생산의 차질을 최소화했다. 대외 환경에 대한 능동적 대응도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은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확보에도 성공하며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이 외의 그룹 내 사업 부문에서도 친환경, 스마트, 고부가가치 신사업 영역을 적극 개척하고, 기술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다각적인 분야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외형보다는 ‘내실’과 ‘미래’에 방점을 찍어온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이 뒷받침된 결과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성장 배경에 대해 “SUV·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품질 경쟁력 향상, 경영환경 능동 대처 등 선택과 집중 전략 및 근본적 체질개선 노력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감한 ‘퍼스트 무버’ 전략, 세계 전기차 시장서 두각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에서 정의선 회장은 과감한 ‘퍼스트 무버’ 전략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기 때문에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 성능과 가치로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면서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의선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에서 출발했다. 정 회장 취임 직후였던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구축했다. E-GMP는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에 따라 개발됐다.

정 회장은 E-GMP 개발 당시 경쟁업체들이 비용과 시간 때문에 시도하지 않은 고사양 혁신 기술을 기본으로 적용할 것을 적극 주문하고, 완성도에 있어서도 집요한 마무리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5 N.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N.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E-GMP에 탑재된 동력 시스템은 자동차 파워트레인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 시스템(Wards 10 Best Engines & Propulsion Systems)’ 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최고 수준의 전동화 기술력을 입증 받았다. E-GMP 기반 신형 전기차들은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탑 티어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E-GMP를 공개한 이듬해인 2021년 신년사에서 “글로벌 친환경 티어(Tier) 1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 EV6, GV60, 아이오닉 6, EV9 등 매력적인 전용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이들 차량의 제품 개발 초기부터 주요 단계마다 직접 점검하며 각별히 공을 들였고, 이렇게 탄생한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들은 전세계 유력 매체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각 국의 주요 상을 휩쓸었다.

특히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 WCOTY), 북미 올해의 차(The North American Car, Truck and Utility Vehicle of the Year, NACOTY), 유럽 올해의 차(Europe Car of the Year, 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활약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사설에서 “현대차·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맹추격 중”이라며 주목했고, 블룸버그는 “현대차가 조용히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는 중”이라고 호평했다.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 본격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에 힘입어 경쟁력이 입증된 전기차는 물론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 항공 모빌리티),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 수소생태계 등 미래 신사업의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는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봇 분야 기술 초격차 확보 및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 AI 연구소를 미국 보스턴에 설립해 차세대 로봇의 근간 기술, 로봇 기술의 범용성 개선을 위한 AI 모델을 연구하는 한편 중장기 로봇 AI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중장기 모빌리티 전략 점검을 위해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인도 시장의 중장기 모빌리티 전략 점검을 위해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차량뿐만 아니라 판매, AS 등 자율주행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Motional)’을 통해 ‘우버(Uber)’와 손잡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론칭한다. ‘리프트(Lyft)’와도 본격 사업 추진을 앞두고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국회와 남양기술연구소 테스트베드에서 레벨4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세종시 일대와 서울 강남구·서초구에서 4단계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도 진행하는 등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대전환 해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의 자유와 혁신적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하늘을 통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AAM(Advanced Air Mobility)은 스마트 시티 등 미래도시 발전에 핵심기술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 ‘슈퍼널(Supernal)’을 설립하고 전문 인력을 영입해 기술 확보, 기체개발, 사업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8년 미국에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2030년 이후 RAM(Regional Air Mobility,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하며 수소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수소생태계 확장을 위해 현대차그룹의 여러 주체들이 협업하는 ‘수소사업 툴박스(Toolbox)’ 구축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창조적 파괴자, 세계 경영학계가 주목하다

정의선 회장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수평적 소통, 자율적 권한 부여에 기반해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매순간 과감하게 도전에 나설 것을 독려해 왔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기업문화의 중심은 ‘고객’이다. 일례로 정의선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일들을, ‘고객’을 위해서 같이 해 나가고 성취하는 회사가 되도록 합시다”라는 글로 고객최우선 가치의 실천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한 정의선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지난 7월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한 정의선 회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혁신과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은 세계 경영학계의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의 사례연구 <현대차그룹 :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에서 윌리엄 바넷 석좌교수를 비롯한 공동저자들은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의 게임 체인저 비전 및 혁신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사례연구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이무원 교수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창조적 파괴자로서, 인류에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최전선에 섰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에게는 SDV의 고도화, 중국시장에서의 재도약, 기업문화 혁신 등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의선 회장과 경영진도 충분히 파악하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과제 극복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현대차그룹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