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이번주(9일~13일) 국내 증시는 미국의 물가 지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등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 영향을 줄만한 경제지표 및 실적 발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 ▲미국 9월 NFIB 소기업 낙관지수(10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11일) ▲독일 9월 소비자물가(11일) ▲미국 9월 생산자물가(11일) ▲9월 FOMC 의사록 공개(12일) ▲미국 9월 소비자물가(12일) ▲중국 9월 수출입(13일) ▲중국 9월 소비자 및 생산자물가(13일) ▲미국 10월 미시간 소비자 심리지수(13일) 등이다.

한국증시가 한글날로 휴장하는 9일에는 미국 역시 콜롬버스의 날을 맞이해 채권시장은 휴장한다. 뉴욕 주식시장은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최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미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은채로 한국 증시는 10일 한주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4~6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56.34p(2.29%) 내린 2408.73에 마감했다. 이 기간 개인은 1조293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210억원, 2780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841.02에서 24.63포인트(2.93%) 떨어진 816.39에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개인이 1070억원어치 매도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6억원어치에 그치며 지수의 방향성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기관만 9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9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보다 두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상승 마감했다.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증시에 호재이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이 오랜기간 길어진 상태에서는 추가적인 '고금리 장기화' 부담이 커진다. '고용 호조 →인플레이션 우려→연준의 매파적 금리정책 유지→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증시 투자자들은 고용호조를 그간 악재로 여겨왔다.

그러나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 / ADP, 분석) 발표 후 오전장에서 약세를 보인 뉴욕증시는 오후장에 들어서면서 반등해 전거래일 대비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8.01포인트(0.87%) 오른 33,407.58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0.31포인트(1.18%) 상승한 4,308.50으로, 나스닥지수는 211.51포인트(1.60%) 오른 13,431.34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고금리에 민감한 성장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지수의 반등폭이 더 컸다는 점이 주목된다.

고용 지표 발표 직후 13bp(0.13%포인트) 이상 올라 4.86%까지 상승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후장 들어 오름폭을 줄였다. 장중 한때 각각 5.2%, 5%를 넘어섰던 2년물과 30년물 금리도 오후장에서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처=연합뉴스

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대한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는 고용 호조 통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식시장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데 대해 투자자들은 여러 이유를 찾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적 이유로는 ▲최근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증시 조정 폭이 깊어지자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매수,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정작 금리 인상은 끝났을 가능성(골드만삭스 등이 제기하는 '금리인상 신중론'), ▲고용은 크게 늘었지만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시간당 임금상승률 전달 대비 0.2%↑/ 시장 예상치 0.3% 대비 0.1%포인트 하회) 등이 꼽힌다.

이외 오는 9일 예정된 채권시장의 휴장으로 금리 위험이 일시 해소될 것이라는 안도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 부분을 제외한 비농업부분 고용 보고서'인 ADP 고용보고서와 노동부 고용보고서가 상반된 방향성을 나타내면서 이전부터 제기돼 온 고용보고서에 대한 신뢰도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가중시키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9월 고용 호조에도 금리 인상이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유지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장기 수익률(장기물 채권금리)의 상승이 금융환경을 상당히 긴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인상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JP모건은 여전히 11월과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테 디안토니오 무디스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한 견해를 고려할 때 9월 고용 보고서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안토니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인상에 다시 나서는 것을 막을 만한 임금인상과 실업률에 대한 소식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오늘 9월 보고서를 소화한 후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간 바뀌었고, 11월에도 금리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불분명한 이유는 뒤로"...주식시장, 기업실적 '초점' 

올해 2월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삼성전자
올해 2월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삼성전자

고용 지표 발표 이후 현지시간 6일 미국 증시가 급반등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한채 시장은 실적 시즌이 시작되며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이미 최근 고용지표 등을 통해 증시는 물론 채권 시장에도 상당 부분 반영된 재료라는 점에서 증시를 추가로 끌어내리는데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우선 10일 발표 예정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전망(2023년 10월호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하반기 국내 경기가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서 IMF는 지난 7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오는 11일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12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된다.

무엇보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11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업황에 반등 신호가 담겨 있을 경우 증시 투자자들의 초점은 그간 상당 부분 반영된 고금리 장기화 등 거시경제지표 보다는 기업 실적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잠정(외부감사인 감사 이후 변동 가능) 결산실적공시일을 결정해 예고한 곳은 삼성SDS(10월 26일), LG디스플레이(10월 25일), LG이노텍(10월 25일), 현대건설(10월 20일) 등이다. 

일단 실표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삼성전자의 3분기 이익 전망치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기준 한달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9670억원이었다.

이후 추석 연휴 직전 2조8260억원, 이달 5일 기준으로는 2조2080억원까지 떨어졌다. 한달새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7000억원 가량 줄었다. 가장 긍정적이었던 한달전 기준(2조9670억원)으로 놓고 봐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일년새 78.89%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반도체 부문(DS)이 회복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5000억원대까지 낮춰잡았다. 삼성전자의 DS부문은 3분기 약 3조~4조원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분기에는 4조3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반등을 위해 2차 감산 진행에 따른 단위 원가 증가, 가격 방어에 집중하는 수익성 우선 정책으로 출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감산 효과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재고가 개선되면서 실적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바뀌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7.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재고가 5월에 피크(정점)를 기록했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 메모리 가격은 8월부터 차세대 제품인 DDR5 등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5 16기가비트(Gb) 제품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40달러로 전달(3.17달러) 대비 7.26% 올랐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2.99% 내린 1.30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동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차 감산'이 메모리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제고시켜 가격 반등을 견인할 것"이라며 "현 시점의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작년 2분기 최대치 대비 D램, 낸드 모두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축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일봉 차트. 사진 = 키움증권 HTS.
SK하이닉스 일봉 차트. 사진 = 키움증권 HTS.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반도체 재고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이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개선될 경우 7월 28일 12만9000원을 기록한 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가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 예상치는 7조9690억원, 영업적자는 1조6820억원이다. 한달 전 컨센서스가 각각 7조7410억원, 1조75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 전망치는 더 늘었고 영업적자 전망치는 오히려 1000억원 더 축소됐다.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포스코DX·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엘앤에프 등 최근 2차전지주들의 가격조정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주마저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자동차 쪽으로 매수세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아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아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증권가는 현대차와 기아가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3% 증가한 39조3430억원, 영업이익은 121.8% 늘어난 3조4421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 모두 역대 3분기 최대다.

기아의 3분기 예상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7% 상승한 24조9524억원, 영업이익은 263.2% 오른 2조789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라면 기아 역시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