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에 관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전기차 지원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미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IRA를 폐지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미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IRA를 폐지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쟁점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필두로 하는 친환경 정책이다. 바이든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친환경차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했으며, 2021년에는 2050년까지 미 연방 차원의 탄소중립 도달을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IRA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 정책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와 확연히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트럼프는 차기 대선에 당선될 경우 취임과 동시에 현 정부의 전기차 세제 혜택 지원 등 IRA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서도 전기차 지원 정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 트루스 소셜을 통해 바이든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은 ‘광기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IRA를 폐지하거나, 전기차 세제 혜택을 20만대로 제한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바이든 임기 내 IRA 폐지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미국 시장 전기차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내 주요 미디어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경우 자동차와 관련한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투자 매체 바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기업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량 가격이 높은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차량 가격이 높은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인프라가 부족한 전기차는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독일은 정권이 교체되며 친환경차 정책 기조가 뒤집혀, 전기차 점유율이 과거 대비 약해진 대표 국가다.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 퇴출 정책에 반대하며, 전기차 보조금 규모도 축소시켰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독일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 내 전기차 점유율은 2021년 3%에 불과했지만 현재 7.5%까지 증가했다. 올해 미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량도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IRA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한데, 트럼프의 반(反) 친환경 정책은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미의 친환경 정책에 혜택을 받으며 자동차 등에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9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수출이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전기차 수출은 6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는 총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수출 성장세도 가팔랐다. IRA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전기차 정책이 백지화될 경우 오름세를 보이던 한국 전기차 수출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어서다.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미국 대선 변화에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큰 선거를 앞둔 주요국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화두가 되고 있다”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예민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