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동철 한전 사장, 방문규 산업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동철 한전 사장, 방문규 산업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새 수장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취임 한달이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능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7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아직 4분기 전기요금 조정안 검토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기요금은 올해 1분기와 2분기를 거쳐 킬로와트시(kWh)당 21.1원 인상됐으나 3분기는 동결된 바 있다.

전기요금 조정이 늦어진 데는 부처간 이견이 컸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한전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국민 부담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 결정 예정 시기인 지난달 21일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0일 동시 취임한 방문규 산업부 장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관련 입장이 상반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이 너무 어렵다”며 kWh당 25.9원은 더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료비연동제에 따른 올해 인상 예정분인 45.3원 중 남은 25.9원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방 장관은 지난 5일 YTN 뉴스Q에 출연해 “한전 누적 적자는 올해 연말 기준으로 47조원에 이를 것, 이자도 1조~2조원씩 내야해 걱정”이라면서도 “(인수위 시절부터) 약 40%의 전기료를 인상해 (한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더 이상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양측의 다른 입장으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방 장관과 김 사장 모두의 지도력 시험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각자 취임한지 한달도 안 된데다 김 사장은 정치인, 방 장관은 기재부 출신으로 전문성 부족 지적을 받아왔다.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김 사장이 예고한 ‘특단의 자구책’에 실효성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이 자구책이 국민 설득을 이끌어내면 방 장관도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전도 국민들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뼈를 깎는 경영 혁신과 내부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자구 계획을 2∼3주 안에 발표할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인 상황도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우리나라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체 정부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철강 후판에 각각 1.08%의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통상압박으로 작용했다는데 의의가 크다. 실제 한전의 전기요금 총괄원가회수율은 지난해 64.2% 수준이다. 총괄원가회수율은 전기공급에 들어간 비용을 전력 판매 수입으로 얼마나 회수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한전이 100원을 들여 전기를 생산했다면 64.2원 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늦어지며 한전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전의 2분기말 기준 부채총계는 201조3500억원이다.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대출을 이르는 순차입금도 98조1309억원에서 130조8967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단기성차입금은 28조7919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6099억원) 대비 54.7% 증가했다. 통상 자금을 단기로 빌릴 경우 장기 보다 이자 부담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