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는 세상은 언제 어느 곳이나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의 관계로 연결돼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GS건설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태도 마찬가지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이 사고 역시 건설분야에 형성된 뿌리깊은 먹이사슬에서 비롯됐다고 갈파한다. 그리고 그 먹이사슬의 꼭대기엔 2021년 공사 시작 전부터 관련 공공 주택 사업의 물량과 완공 날짜 등 가인드라인을 지시한 청와대와 정부에 있다고 일갈한다.

함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세종시 첫마을과 연세대 송도 캠퍼스, 서울의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성락교회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서울대 학·석사 출신으로 포스코 A&C 수석 기술고문, 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 등을 역임했다.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 등 8개 저서를 저술했으며 현재는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와 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로 재직 중이다.

함 교수는 대통령실에서부터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사,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부실 공사의 먹이사슬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검단아파는 시공사(GS건설)가 시행사(LH)로부터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R‧설계 단계부터 시공사를 선정·참여시켜 시공사의 책임하에 약정된 공사 기간과 공사비 안에서 공사를 시행하는 것) 방식으로 수주한 건”이라며 “이 제도 아래선 계측 감리자가 감리 업무를 시공사나 시행사로부터 하청을 받아야 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내가 (철근 누락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콘크리트를 작업하지 말라’고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먹이사슬의 구체적 행태에 대해 “시행사는 시공사에 터부니없이 짧은 공기(공사 기간)를 요구하고, 이는 시행사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위 기관인 정부 부처로부터 전달받고, 관련 가이드라인은 청와대에서 나오는데, 가이드라인의 근거는 (대통령 당선 전) 전문가 집단이 있는 상태에서 공약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집권 세력은 '전 정권 아래서도 그런 식으로 해왔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고, 부처는 위로부터 ‘왜 기한을 못 맞추느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 산하 기관에 내용을 전하고, 기관은 그 일정을 밀어 붙이려고 CMR 방식을 요구하고, 계약을 맺은 시공사는 기한을 못 맞추면 많은 액수의 지체금을 내야 하니 공사가 덜 꼼꼼히 되더라도 최대한 사업을 빨리 진행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함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함 교수가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 인근 카페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광주광역시의 공공 건축 사업을 자문하는 총괄건축가를 겸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함 교수가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 인근 카페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광주광역시의 공공 건축 사업을 자문하는 총괄건축가를 겸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부실 시공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하며 ‘구조 자체가 썩어 있다. LH도 시공의 안정성보다 비용과 공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당한 지적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1994년에 성수대교가 무너진 적이 있다. 그 때 정부는 뭘 하긴 해야 해서 일종의 푸닥거리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그 때 푸닥거리의 타깃이 시공자와 설계자였다면, 이번엔 ‘LH 퇴직자 전관(前官‧공직에서 퇴임한 사람)’이다.

원래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고가 나면 희생양을 만들지 않나. 그리고 사람들이 잊어버릴만 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런 식의 내용을 사고 이후 원 장관을 만나서도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구조적인 혁신을 좀 해보시라’고. 그런데 ‘알겠다’고 하더니 그 날 이후 날 더 이상 부르지 않더라(웃음).”

- 정부도 이 ‘썩은 구조’를 만든 책임이 있다는 건가.

“국토부는 이번 사태에 적용된 사업 방식인 CMR을 되레 권장한다. 왜 그렇게 하겠나. 국토부 입장에선 LH가 집을 싸게 많이 지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LH에서 일하는 사람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찾아낸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 CMR이라는게 왜 최선인가.

“CMR의 앞에 두 글자는 ‘콘스트럭션 매니지먼트(Construction Management)를 줄인 말이고 한국 말로 바꾸면 건설사업관리다. 뒤에 R은 리스크(at Risk‧위험 감당)다. 그러니까 예전부터 있던 사업관리라는 개념에 리스크 감당을 더한 것이다. 검단 사태에 적용해 설명하면 시공단인 GS건설 컨소시엄이 LH에 ‘아파트 공사를 100원에 하겠다’고 제안해서 사업을 수주하면 이후 공사비가 예상보다 늘어날 때 증액분(리스크)은 시공단이 부담한다. 반대로 총 공사비가 90원으로 줄면 기존 예상 금액에서 10원이 남는데 이 때 시공단이 다 가져가는 게 아니라 LH와 5원씩 나눠 가진다. LH는 손 안 대고 코 풀면서 잘하면 이익도 생기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LH가 다른 사업 방식을 채택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럼 결국 누구한테 유리하겠나.”

- 한 쪽에 특히 유리한 방식이면 애초에 건설사 입장에선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런 공공 사업 수주를 단순히 수익을 남겨 먹기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핵심은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다. 공공 공사는 민간 공사보다 사업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돈은 민간 공사에서 훨씬 벌지만 요즘 보다시피 사업이 굉장히 부침이 있지 않나. 그래도 그 사업을 해야 돈을 벌고, 만약 사업에 부침이 생길 때를 대비해 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 유지는 돼야 하는데 이를 맞추려면 민간보다 안정적인 공공 공사를 하는 게 나쁘지 않다. 다시 말해 공공 공사를 하면 회사의 매출이나 인력을 ‘현상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그래도 공공 공사를 사실상 하지 않는 건설사들도 있는 걸로 안다.

“만약 캐시 플로우가 상대적으로 안 좋은 건설사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땐 수익적으로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덤핑(염가) 수주’를 해서라도 한다.”

지난달 말 함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인근 카페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 설계와 구조에 대한 강의를 하는 그는 공무원연수원과 건축사협회 등을 대상으로 건설 산업 안전을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 그가 밝힌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달 말 함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인근 카페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 설계와 구조에 대한 강의를 하는 그는 공무원연수원과 건축사협회 등을 대상으로 건설 산업 안전을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 그가 밝힌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다. 사진=이혜진 기자

- 덤핑 수주는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원가를 줄이려는 건 당연하지만 시공 품질을 높이려면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아무리 원가 절감이 좋아도 최소한 사람은 죽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 사람이 죽는다는 표현은 건설 노동자의 산업 재해를 말하나, 아니면 부실 시공으로 건물이 무너져 입주자가 죽는 것을 말하나.

“둘 다 해당된다. 그러려면 안전 사고가 일어나선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선 (안전에 필요한) ‘절대 공기’와 ‘절대 비용’이 필요하다. 우선 비용에 대해 설명하면 총 공사 비용은 ‘직접 비용’과 ‘간접 비용’의 합이다. 직접비는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비용이다. 공사에 무슨 재료를 썼는지는 눈에 보이니까 함부로 줄이기 힘들다. 간접비는 공사 현장을 운영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러니 건설사가 뭘 줄이겠나. 눈에 안 보이는 안전 비용과 공기에 따른 비용을 줄인다. 안전 장치를 줄이니까 사람이 떨어져 죽고 짧은 공기 안에 공사를 서둘러야 하니 철근을 넣는 과정이 생략된다. 쫓기는 공기에 의해 날림으로 설계가 되고 이를 찾아야 할 검토가 생략되고 체크 과정 없이 철근이 배근되다가 이번 사고 같은 것이 터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공기에 대한 문제는 이슈는커녕 언급 자체가 잘 안 된다.”

- 첫 질문과 관련해 원 장관은 같은 날 회의에서 “주택 공급은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공기가 특히 중요할 텐데 정부에서 가만히 있어도 건설사들이 스스로 늘려달라고 할리도 없고.

“한국 건설 산업의 문제는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으로 구조화돼 있다. 지난 수십년 간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며 다른 분야는 그래도 수준이 좀 올라갔는데 이 건설업만 1970년대 수준에서 바뀐 게 크게 없다. 왜 안 바뀌었는지 아는가. 좀비 업체들이 있어서 그렇다. 이번 사태에선 GS건설이다.”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옆에서 검단 사태 피해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옆에서 검단 사태 피해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 GS건설이 왜 좀비 기업인가.

“시행사는 시공사에 말도 안 되게 짧은 공기를 원한다. 이런 사항은 시행사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위 기관인 정부 부처로부터 전달받는다. 관련 일정은 청와대에서 나온다. 이 공급 일정의 근거는 (대통령 당선 전) 전문가 집단이 자문하는 가운 공약으로 만들어진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집권 세력은 정치적인 이유로 ‘전 정권 아래서도 그런 식으로 해왔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한다. 부처에선 위로부터 ‘왜 기한을 못 맞추느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 산하 기관에 내용을 전한다. 기관은 그 일정을 밀어붙이려고 CMR 방식을 요구한다. 계약을 맺은 시공사는 기한을 못 맞추면 많은 액수의 지체상금을 내야 하니 공사가 덜 꼼꼼히 되더라도 최대한 사업을 빨리 진행시키려 한다.”

- 다른 건설사도 마찬가지인가.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얘기고 지금부터 한국 건설사들이 왜 나쁜지 말하자면, 이런 상황에선 상식적으로 ‘이런 공기로는 안전 때문에 죽어도 못하겠다’고 똘똘 뭉쳐 저항해야 사업자이기 전에 전문가로서 양심적인 자세다. 하지만 원죄가 있는 건설사뿐 아니라 건축 업계 전문가들도 이미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그걸 스스로도 안다. 그래서 어차피 무슨 얘기를 해도 안 들을 것 같으니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거다. 이런 과정에서 GS건설처럼 ‘우린 이 비용에 그 공기로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꼭 나온다. 제대로 된 건설사가 ‘이 가격(공사비)과 기간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고, 누가 덤핑을 치는지 밝혀지고,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이면 이 회사는 분명 엉터리로 시공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CMR처럼 그 어떤 시공 감시 시스템을 넣어도 안 된다.”

- 감시라는 단어를 들으니 이번 사태에서 설계·시공상 문제를 관리해야 할 ‘감리’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기억난다. 감시‧감리‧감독, 헷갈린다.

“감리는 기술에 한정해 설계대로 시공되는가를 보는 거고 감독은 건축주의 입장에 내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는지 총체적으로 보는 거다. 우리나라에선 두 개념이 혼재돼 헷갈릴 수 있는데, 이렇게 이해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보는 게 감리인데 제일 적합한 사람은 설계자다. 그래서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설계자가 감리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설계자가 자신이 설계한대로 시공됐는가 확인하고 이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시공자는 그 이상으로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이 두 개가 핵심이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그랬고 다시 이렇게 돼야 할 텐데 그러기엔 시스템이 너무 썩었다. 이런 시스템에서 한국 특유의 암행어사 제도, ‘책임감리’가 생겼다. 불신에 기반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신뢰에 기반해 일단 믿고 맡기는 대신 사고가 나면 끝까지 책임지게 하는 식으로 시스템이 돌아간다. 선진국은 다 그렇게 한다. 가령 독일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있어 사고 책임이 있는 전문가 면허를 바로 취소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암행어사 제도를 20여년 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다.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는 감리가 시공자에 예속돼 일어났다.

- 그러니까 제3의 암행어사가 건축사사무소인건가.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회사인 동시에 감리회사다. 그러니까 웃기는 게 뭐냐 하면 아까 말한 것처럼 건축사사무소가 자신들이 한 설계를 선진국들처럼 직접 감리하게 하면 될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걸 못하게 한다. 오로지 남의 회사가 만든 설계만 감리할 수 있다.”

지난 5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한 조사관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한 조사관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런 제도로 누가 제일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나.

“소수의 감리 전문 회사들이다. 이번에 담합으로 말 많았던 회사들 있지 않나. 우리 나라엔 소형 건물조차도 설계자가 감리를 못하게 하는 법이 있는데, 이 법의 명분은 설계자한테 감리를 맡기면 자기가 설계를 잘못해 놓고 나중에 몰래 고칠 수 있다는 거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CMR이라는 제도 같이 공기가 지상 과제고 감리자가 업무를 시공사나 시행사로부터 하청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내가 (철근 누락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콘크리트를 작업하지 말라’고 하기 힘들다.”

- 지금까지 한 말을 종합하면 제2의 검단 사태가 나올 수밖에 없겠다.

- “한마디로 ‘러시안 룰렛(총알을 빼지 않고 회전을 거듭하는 게임처럼 감당하지 못할 수순으로 치닫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총알이 실제로 발사되 검단처럼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대부분의 건설 현장이 다를 바 없다. 들켰냐 안 들켰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아까 말한 것처럼 ‘적정한 공기나 공사비가 아니다’라고 솔직히 말하고, 정치인들도 ‘우리나라가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여러분의 집을 지을 때 비용이 얼마나 올라가야 하고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걸 용기 있게 고백해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건설사도 정치권도 이런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