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타코마호. 사진=HMM
HMM 타코마호. 사진=HMM

추석을 맞아 6일간의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국민 대부분이 업무에서 벗어나 힐링할 생각에 들떠있는 연휴지만, 마냥 편하게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 기반을 이루는 기간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특히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로 묶이는 제조업과, 대한민국 수출입의 99.8%를 책임지는 해운업 종사자들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채 바쁜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철강회사 ‘빅4’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추석 연휴에도 철강을 출하할 예정이다. 한 번 용광로가 멈춰 쇳물이 굳으면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복구에 평균 5개월은 걸리기에 쉽사리 작업을 중단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며 고로가 135일 동안 멈췄고,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에 양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4조2교대 체제 근무를 이어갈 에정이다. 근로자들에겐 휴일 근로수당이 지급된다.

다만 직접 쇳물을 생산하지 않는 동국제강그룹과 세아그룹은 추석 근무에서 다소 자유로운 편이다. 용광로가 아닌 전기로를 운영하기에 설비를 효율적으로 끄고 킬 수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추석 연휴기간 대부분 사업장이 쉴 것”이라며 “세아제강의 경우엔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전부 휴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광로 작업 중인 현대제철 노동자. 사진=현대제철

조선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10년 만의 수주 호황을 맞아 건조 공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납기가 가장 중요한 조선업의 특성상, 연휴 기간에도 공정을 이어나가야 쌓인 수주잔고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HD현대그룹 산하 조선소들은 물량 및 작업 소요 등 공정에 따라 부서별 선택적 출근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출근 시에는 기존휴일 근무와 같은 특별수당이 제공된다. 한화오션은 10월 2일과 3일 협력사 포함 약 40~50%의 인력이 근무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일정 차질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며, 휴일 근무자에게는 휴일 근로수당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접작업을 하는 조선 노동자들. 사진=HD현대
용접작업을 하는 조선 노동자들. 사진=HD현대

대한민국 수출입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해운 분야는 아예 명절이라는 개념이 없다. 정기선 항로에 따라 기항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만큼, 별도의 휴식을 취하기란 어렵다. 항만도 전부 정상 가동된다.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HMM 관계자는 “해운업은 글로벌 산업이다 보니 각 나라의 로컬 명절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다”며 “승선 중 선원들이 희생한 휴식일은 모두 하선 시 보상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산업 현장 근로자들이 휴일까지 반납하고 일하기에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일선 근로자들에 상응하는 보상과 복지가 반드시 제공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